지난달의 풍성함에 비해 이번 달은 잠시 숨을 돌리고 가는 모습이다. 신록의 터진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그 아래의 그늘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장원에 오른 김종순의 ‘벽화’에는 “양지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노년의 형상
이 담벼락 위에 실루엣처럼 걸려 있다. “주름을 말리느라 햇살들 분주”할 때 꽃이었
던 기억들로 환해지지만, 그건 허공을 더듬어 되짚어본 희미한 배경색 위에 잠시간
떠올랐다 사라진다. 쇠라의 점묘화를 보듯, 생의 한 장면을 덧없는 햇살그림으로
이미지화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차상으로 유영희의 ‘그 여자, 마네킹’을 올린다. 그 여자의 형상은 마네킹으로 은유
된다. “유행도 신상품도” 알지 못하지만 “삼십 촉 백열등”이 켜진 “붉은 유리창 너
머”에 그녀의 삶이 전시되어 있다. 활달한 시상 전개를 바탕으로 마네킹에 비유된
여성의 삶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수작이다. 동봉한 다른 작품이 따라주지 못했다.
차하에는 설경미의 ‘코스프레’를 올린다. 임산부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새삼 임산
부 흉내, 즉 “코스프레”를 하며 지레 겁먹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오십” 대 여성의
심리를 완곡하게 드러낸 것에 비해, 직설적인 어법과 완결성 부족이 지적되었다.
이 밖에도 조우리·최경미·정화경의 작품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분발을 당부드린
다. 심사위원 : 박권숙. 염창권(대펴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