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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05월 수상작 등록일 2018.06.05 15:2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42

[장원]

 

 

벽화 

 

김종순

 

 

양지바른 곳으로 나와 앉은 할머니들 

 

담벼락에 무채색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 손에 지팡이를 든 

 

빛바랜 점묘들 

 

  

 

주름을 말리느라 햇살들 분주하고 

 

희미한 배경색으로 기억들이 다가오면 

 

한때는 꽃이었던 시절 

 

대낮처럼 환하네

  

 

 

허공을 응시해 보는 뜨거운 눈빛이여 

 

수없이 그리고 색칠하고 싶은 그 자리

 

지금은 여백 속으로 

 

새들이 날고 있다 

 

 

김종순

1964년 경남 함안 출생. 창원대 독문과. 현재 상담심리사, 자유시집 <물방울 위를 걷다>, <식탁에 앉은 밭이랑>. 기성 시조시인 작품집 보며 시조독학

 

 

[차상]

 

그 여자, 마네킹

 

유영희

 

    

 

축 처진 두 어깨가 저녁을 끌고 간다

 

낮 동안 켜 놓았던 삼십 촉 백열등이

 

어둠에 살점 뜯긴 채 끌려가는 모퉁이

 

 

 

비좁은 시장골목 붉은 유리창 너머

 

유행도 신상품도 알지 못하는 여자 

 

온종일 비닐 앞치마 입고 고기를 썬다 

 

 

 

그녀의 패션에는 추종자가 없다는 것  

 

도마와 목장갑이 유일한 소품이다

 

고개도 꺾지 못한 채 가끔 웃는 그 여자

 

[차하]

 

 

코스프레 

 

설경미

 

 

몇 바퀴를 돌아도 보이잖는 빈자리 

 

오늘만, 딱 한번만 내밀고 걸어본다   

 

임산부 주차장에서 오십 줄에 분장놀이 

 

 

허리에 손을 얹어 양심을 꾹 누르고 

 

졸린 듯 눈 비비고 거짓말에 두리번 

 

저기요 하는 소리에 지레 놀라 멈춘다

    

 

 

[이달의 심사평] 

 

 

지난달의 풍성함에 비해 이번 달은 잠시 숨을 돌리고 가는 모습이다. 신록의 터진

 

틈으로 스며드는 햇살과, 그 아래의 그늘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본다.

 

  

 

장원에 오른 김종순의 벽화에는 양지바른 곳에서 해바라기를 하는 노년의 형상

 

이 담벼락 위에 실루엣처럼 걸려 있다. “주름을 말리느라 햇살들 분주할 때 꽃이었

 

던 기억들로 환해지지만, 그건 허공을 더듬어 되짚어본 희미한 배경색 위에 잠시간

 

 떠올랐다 사라진다. 쇠라의 점묘화를 보듯, 생의 한 장면을 덧없는 햇살그림으로

 

 이미지화하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차상으로 유영희의 그 여자, 마네킹을 올린다. 그 여자의 형상은 마네킹으로 은유

 

된다. “유행도 신상품도알지 못하지만 삼십 촉 백열등이 켜진 붉은 유리창 너

 

에 그녀의 삶이 전시되어 있다. 활달한 시상 전개를 바탕으로 마네킹에 비유된

 

여성의 삶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수작이다. 동봉한 다른 작품이 따라주지 못했다.

 

 

차하에는 설경미의 코스프레를 올린다. 임산부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새삼 임산

 

부 흉내, 코스프레를 하며 지레 겁먹는다는 내용의 글이다. “오십대 여성의

 

심리를 완곡하게 드러낸 것에 비해, 직설적인 어법과 완결성 부족이 지적되었다.

 

  

 

이 밖에도 조우리·최경미·정화경의 작품이 끝까지 경합을 벌였다. 분발을 당부드린

 

다. 심사위원 : 박권숙. 염창권(대펴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