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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8년 04월 수상작 등록일 2018.05.01 06:0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52
[장원]
 
30w 전등을 켜다 

황혜리
 


맨 처음 나의 방은 둥그런 물속이었지 
 
따스한 선과 선이 날라주는 영양분을  
 
날마다 받아먹느라 단호하게 웅크렸지  
 


아주 가끔씩은 팔다리를 뻗었는데
 
꼭 감은 눈 속으로 잠이 오듯 별이 뜨자 
 
열 달도 안전할 수 없다? 그럼 나는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런 우려 말끔히 걷으라고  

온밤 내 출렁이며 받아놓은 빛의 씨앗
 
우렁찬 울음만 같은 불빛이 쏟아진다
 

[차상]
등을 읽다  

이종현 
 
  
앞을 보고 걷다가 가끔 뒤를 바라볼 뿐   
 
함께 걷고 있는 등, 읽은 적 없었다 
 
햇살은 가슴 몫으로 앞서 걷지 않는 그
  
  
고단한 흔적들 방바닥에 부려놓고   
뒤척이는 밤을 다독이지 못했다  
  
일어나 기대앉은 상처 눈치 채지 못했다  
 
 
업어준 기억들을 손에 움켜쥐고   
쓰러진 벽 아래 아버지가 있었다  
  
내밀지 못한 그리움 쿨럭이고 있었다
 
[차하]
파리, 다시 날다

박혜순  

  
 
또다시 절벽이다 멀미나는 허공에서  
  
발 딛고 머물 자리 찾지 못해 맴도는 생  
  
싹 싹 싹 빌며 쫓기는 똑같은 일상이다  
 
 
그 선은 넘지 마라 침묵의 경고처럼   
 
경쟁의 자리다툼 손톱을 잘라낸다 
 
을의 선,   
 
딱 거기까지! 잊지 마라 경계를 
 
  
겨우내 움츠렸다 비상하는 산꼭대기   
 
밥그릇 기웃대는 생 위에 막다른 곳   
 
바람 휙, 등 뒤를 훑고 꽃잎이 길을 낸다 
 
  
[이달의 심사평]
 
개화와 신록의 계절인 4월, 이달의 응모작들 역시 활기와 의욕 넘치는 역작들로 풍성했다. 오
 
랜 숙고 끝에 뽑은 당선작들 모두가 장원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났으나 그중에서
 
도 자아와 세계를 통찰해내는 섬세한 눈과 빛나는 감각이 단연 돋보인 황혜리의 ‘30w 전등을
 
켜다’를 이달의 장원으로 올린다.
 
문명의 이기인 무생물체인 전등을 1인칭 화자인 ‘나’로 변용시켜 체험함으로써 일상적 행위인
 
‘전등을 켜다’를 생명 탄생의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는 놀라운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다.
 
첫수의 양수와 태아 이미지, 둘째 수의 감은 눈과 태동 이미지, 셋째 수의 불빛과 탄생 이미지
 
가 밀도 있게 형상화된 독창적인 합일의 경지가 참으로 흥미진진하였다.
 
 
차상으로는 이종현의 ‘등을 읽다’를 올린다. 삶의 소중한 일부면서도 항상 시선 밖으로 밀려난
 
존재인 ‘등’의 의미를 깊이 성찰함으로써 “고단한 흔적” “뒤척이는 밤” “기대앉은 상처”로 인식
 
하게 되고 마침내 소외된 “등”으로 살아낸 아버지에 대한 절실한 회한과 그리움을 읽어내고 있
 
는 가슴 뭉클한 수작이었다.
 
 
차하로는 박혜순의 ‘파리, 다시 날다’를 선한다. 봄의 건강한 생명력이 장원작과 짝을 이루었으
 
나 전자가 새 생명의 탄생에 주목한 반면, “경쟁의 자리다툼”에서 “빌며 쫓기는” 을의 재생적
 
삶의 의지를 파리의 비상을 통해 풍자적으로 풀어낸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도 설경미, 박옥숙. 김성이, 최경미의 작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음을 밝힌다. 끝으로
 
이 자리는 신인 발굴이 주목적이므로 차후, 기성 시조 시인들은 응모를 자제할 것을 부탁드린
 
다.

 
심사위원: 박권숙·염창권 (대표집필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