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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중앙시조백일장 2016년 02월 수상작 등록일 2016.02.26 06:4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537

중앙시조백일장 02월 수상작


[장원]

 

허물의 안쪽

이태균

 

 

대합실 귀퉁이에 웅트리고 있는 남자

고비사막 그 언덕 보름달 떠올린 듯

메마른, 이승의 등뼈로

어둠을 뜯고 있다

 

불어 터진 그림자 눈 뜨는 노숙의 밤

짓무른 기억 한쪽 반대로 돌려 눕혀

길 없는 길 속에 들어

한참동안 가물대고

 

실뱀 같은 골목이 몸속으로 기어들어

움켜진 통증 한 줌 침으로 삼켰는지

마침내, 고요해진 남자

없는 듯 잠이 든다

 

[차상]

 

수선화

김인숙

 

 

청자분에 심은 수선 여유당*에 보낸 봄

절도안치 적거지의

오랜 귤빛 필묵으로

울어리

행간과 여백을

꽃물 들이나 보다

 

향기 펼친 뜨락 너머 벙글은 얼굴 들면

붓끝 세워 부른 바람

바다건너 언 땅까지

세한도

장무상망長毋想忘이

당긴 불씨 홧홧하다

 

* 다산 정약용

 

[차하]

 

헝겊

서재철

 

불거진 허리뼈 펴보지도 못한 채

해진 삶 삯바느질로 평생을 깁다가

남겨논 헝겊 한 조각 꿈자리에 나부껴

 

애써 늘 잊으려 기억밖에 두곤 했는데

언제 와 문 여는지 옛 추억이 달려오고

가슴에 내도 없거늘 여울처럼 흐르니

 

와 닿는 이 감촉 손이 남긴 기척의 온기

당신의 가슴으로 추운 밤을 견디던

오래  전 그 때 품처럼 이리도 포근할까

 

[이 달의 심사평]

 

봄 채비를 하듯, 2월의 투고작이 풍성하다. 이태균의 ‘허물의 안쪽’을 장원작으로 올린다. ‘허물’은 노숙의 밤을 견디는 존재의 외피에 해당한다.

 

투고자는 그 외피를 관찰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안쪽’의 세계를 면밀하게 들여다본다. 여기서 ‘메마른, 이승의 등뼈’는 한 존재가 차지하고 있는 ‘허물’이자 몸으로 지은 ‘언덕’이다.

 

남자는 ‘길 없는 길’ 위에 휘어진 등뼈를 기둥삼아 가물대듯 ‘통증’의 시간을 건너 잠이 든다. ‘허물’이라는 상징과 함께 노숙의 곤곤한 잠을 체화하여 감각적으로 형상화 하는 솜씨는 믿음을 주기에 충분하다. 다른 두 편도 장원에 버금가는 가작이다.

 

 차상으로 김인숙의 ‘수선화’를 선한다. 수선화를 매개로 하여, 추사와 다산의 교분에서 오는 꽃향과 문자향을 겹쳐 보인 것이 좋다. 현실의 ‘울어리(둘러싼 어리)’에서 ‘행간과 여백’을 찾거나 ‘붓끝 세워 부른 바람’과 같은 결기를 통해 ‘추사’의 정신세계를 잘 드러내고 있다.

 

차하로 뽑은 서재철의 ‘헝겊’은, ‘남겨 논 헝겊 한 조각’을 통해 ‘삯바느질’로 이어가신 어머니의 손길을 회상하는 애절한 가족서사이다. ‘헝겊’이라는 질료가 매개하는 삶의 보풀, 기척과 같은 것을 삶의 촉각적 기억으로 구체화시킨 것이 점수를 얻었다. 후보작으로 박희옥, 이공석, 최종천 등의 작품이 끝까지 거론되었음을 밝힌다.

 

심사위원 : 박명숙·염창권(대표집필 염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