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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3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등록일 2018.10.02 13:4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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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나라 제3시조집 "느릿느릿 뚜벅뚜벅"




양파 1




무슨 자백 받으려고
심한 고문 일삼나


서슬 퍼런 칼날로
머리를 내리치며


무차별
난도질당해도
내 결백은 변함없다




황사




불청객이 오는 날, 들꽃이 염색한다


맨 먼저 다가와

어깨 툭! 치는 바람


에이 쌍,

누렇게 물든 엉겅퀴

가시 돋친 말 쏟아낸다




접시꽃 2




목뼈가 굵은 사내 줄담배를 피워내고


때론 발목을 잡아 닭싸움도 해보면서


초여름 부단한 오후에


개폼 잡는





발정 난 봄


 


눈치 슬슬 보던 햇살

저만치 물러가고


발정 난 바람이

내 몸을 덮치는데


이 봄날

아지랑이도

옷을 훌훌 벗고 있다



딱!




요 며칠 술 맛이 좋아 코 비틀도록 마셨는데


오늘은 음주 단속에 걸리고 말았네


시치미 딱! 뗀 담쟁이 낮달만 마셨다네




빗물



마음이 젖을수록

몸은 더욱 움츠리고


속울음도 빗물 속에

오롯이 뱉고 보면


유난히

붉은 동백꽃

하염없이 떨어지네





호우경보




올해도 어김없이 양파밭 갈아엎네

해마다 적자폭을 스스로 감내하며

제자리

맴도는 시세

깊어가는 잔주름


괴로움 달래주듯 간간 빛은 얼비치는데

투덜대는 트랙터 마른 등뼈를 갈 때

동강 난

농부 마음만

밭 가운데 뒹굴고 있다


한 줄금 수타면을 종일토록 뽑더니

배고픈 이들에게 실컷 먹게 해놓고

누군가

급체를 했나,

간혹 멈춘 빗줄기




복권

 


  

로또복권 한 장 사러 복권방에 들렀습니다

답안을 표시하듯 숫자를 채색하면

설레는 마음을 담아 일주일은 신납니다

 

승진도 못할 인생 복권에라도 담아볼까

토요일 저녁때면 두 눈 크게 떠보지만

몇 초간 허공에 뜬 공 서운함도 뜹니다

 

복권만 당첨되면 못할 일이 없으련만

품어온 희망 하나 한꺼번에 무너져도

아직은 남아 있는 꿈 내일을 기다립니다



담쟁이 26




누구냐,

나를 잡아 당겨

친친 감아올리는


초봄 서사로에 담 벽을 차고 올라


출근길

발목을 잡고

흐느끼며 우는 자


가을 산행




꺼질 수 없는 여름날이 여태까지 타고 있는

단풍잎도 따라 나선 사라봉 산책길에

한 마리 직박구리가 고요를 깨고 있다


굳은살도 이런 날이면 단풍물이 드는가

타오르지 못한 꿈 가슴깊이 품을 때

제 몸을 뜨겁게 태운 흔적 하나 보인다


듬성듬성 밟아온 아픔은 지워졌다

근육질 저 소나무 나선형으로 길을 내주고

오늘도 놀을 벗 삼아 가쁜 숨을 내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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