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화 이남순 메시지가 도착했네 쓱 밀자 확 번지는 남도의 산다화가 저리 붉게 피었다네 그 불길 가슴팍으로 훅 하고 옮겨 붙네 헤살 놓는 바람 뚫고 저리도 꽃 붉은데 평화와 다툼 사이 내홍인들 없었을까 남도 땅, 울혈 가득한 눈물 보를 터트렸네 섶 여밀 겨를도 없이 앙가슴 태우더니 가슴에서 목젖으로 화엄이 솟구치네 이제야 보이는 소리 우르르 달려드네 민들레 언제 와 계셨을까 빛 기운 틈사이로 여린 바람 스쳐가도 와르르 무너질 듯 저 백발, 우표도 없이 만 리 길을 오셨네 몇 밤을 꼬박 샜을 가이없는 걱정아비 얼마나 꾹꾹 눌러 침 발라 쓰셨는지 안 봐도 다 비쳐 뵈는 아버지의 속마음 편지지 뒷면까지 뚜렷하게 박혀있는 열일곱 집 떠나서 처음 받은 삐뚤 글씨 짤막한 안부편지를 그 날인듯 다시 읽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