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골
이태순
먹구름만 스쳐가도 검정 때 묻을까 봐
날개 톡톡 털어내는 꽁지 짧은 새가 날고
연둣빛 봉긋해지는 마을일 것 같았다
얇디얇은 복사꽃 발그레한 숨소리
한 잎 두 잎 포개 보는 봄날 떨리는 봄날
안달 난 생각은 벌써 마을 몇 번 다녀왔다
장지문 달빛 흘려 하르르 뱉어 버린 말
행여 당도하기 전에 그 말 떠내려갈지 몰라
며칠째 눈 꼭 감아도 흰 발목이 다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