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 관한 명상 이지엽 흙과 물이 만나 한 몸으로 빚어낸 몸 해와 달이 지나가고 별 구름에 새긴 세월 잘 닦인 낡은 그릇 하나 식탁 위에 놓여있다 가슴에 불이 일던 시절인들 없었으랴 함부로 부딪혀 깨지지도 못한 채 숨 막혀 사려 안은 눈물, 붉은 기억 없었으랴 내가 너를 사랑함도 그릇 하나 갖는 일 무형으로 떠돌던 생각과 느낌들이 비로소 몸 가라앉혀 편안하게 잠이 들 듯 모난 것도 한때의 일 둥글게 낮아질 때 잘 익은 달 하나가 거울 속으로 들어오고 한 잔 물 비워낸 자리, 새울음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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