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서일옥
가랑잎의 온기도 사라져 간 초겨울
시간을 낚는 대신 폐지 줍던 노숙자
깨어진 햇살 속에서
곤한 잠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아비로 길목을 지키면서
한떄는 울이었고 기운찬 사내였을 그
지하도 후비진 통로에
정물처럼 누워 있다
저토록 꼬꾸라져서 무슨 꿈을 꾸는 걸까
고향 길 능선에서 꽃이라도 꺾는 걸까
살포시 벌린 입술에
맑은 침이 고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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