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이송희
할머니는 나에게 그릇 하나 내주셨다
주름지고 거친 숨결 고스란히 새겨진,
이 빠진 그릇 속에서 나는 점점 커갔다
금 간 시간 틈새로 거세지는 겨울바람
그 추운 방 안에서 호호 불며 쓰던 일기
매일 밤 나를 지우며 또 나를 적었다
내 안에 그릇하나 덩그러니 놓여있다
두 손 모은 꿈들이 둥글게 휘감기는
바닥은 덜어낼수록 깊어지고 잇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