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가다
구애영
1, 다랑쉬 오름
한 겨울 얼음새꽃 고물고물 속 눈 트고
다랑쉬 무덤가에 얼멍한 울타리들
에굽은 바람의 살들 품었다가 내보낸다
타고남은 현무암 여미듯 깔아놓고서
소원을 움켜 주고 몰래 걷는 성황당 길
눈시울 젓어가는 밤
달 무름이 붉어진다
2. 바람의 무늬
검은 파도,
바람 속에는 흰 등뼈가 보인다
백경의 등가죽 같은 오름의 곡선 같은
팽팽히 튕겨지는 것,
물보라 속 나선무늬
멀쑥 큰 파초가 파도에게 타이르듯
그러지마, 화내지마 메아리 같은 그대여
애월涯月리 저 바람새들
그 바다를 혼자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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