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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계정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19.01.30 16: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717

김계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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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정

2006년 백수정완영 백일장에서 <눈물>로 장원

나래시조 신인상 등단

현재 한국사, 세계사 독서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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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차라리 바람처럼 쓸고 가면 좋았을까

한 줄기 미련조차 남겨짐은 힘겨웠다

길 위에 또 하나의 길 두볼에 난 하얀 길은

 

가슴부터 머리까지 텅 비우면 가벼울까

아니아니 남긴 상처 안고 울면 편안할까

흘려서 말라버리면 내 서러움 가셔질까

 

찬란한 은빛 꿈으로 품지 못할 사랑이라

툭 툭 툭 가지치듯 끊어버린 우리 인연

한 세월 흘린 눈물 속 새가지는 움트는데

 

기다린 시간만큼 제 안에 고인 눈물

갖지 못 할 내 욕심 그것조차 짐이었다

천 년을 다시 또 천번 옷자락은 스치는데 

 

 

 

여름, 떠나다

 

 

더는 머물 수 없어 떠날 준비 마쳤다

차가운 눈빛 앞에 멀어진 거리만큼

열기만 몰고 다녔던 지난날은 잊어라

 

가지고 갈 추억조차 하얗게 비운 가슴

말로는 할 수 없어 잠시 바라볼 수 있다면

한 번은 소리 내 실컷 울어버리고 지우겠다

 

풀잎보다 가벼웠던 한 때의 맹세도

뿌리 깊지 못한 시절 바람 앞에 날아가도

사랑에 기대지 않고 갈 수 있어 좋았다

 

 

겨울비

 

 

못 내 달아오르던 축제는 끝났다

시린바람 담담하게 산자락 타고 오면

단풍은 갈 때를 알아

서둘지도 않았다

 

가려진 구름 헤치고 가볍게 연 하늘 문

차가운 울음소리가 삼켜버린 가을은

식어도 뜨거운 눈물

불씨인 양 잡았다

 

마른 낙엽 하나까지 말끔하게 비운 들판

바람 앉아 우는 가지 숨결마다 고단한데

은별로 쏟아진 햇살

야윈숲에서 잠든다

 

 

가로등

 

 

도시의 나무 끝에는 달 하나씩 숨어 산다

온 종일 해지기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멈춰 선 제자리에서 밝히는 불 환하다

 

어둠의 배를 가른 천 년 사는 달빛이

통증 참고 앓은 사연 알고도 모르는 척

하얗게 사윈 그림자 밤의 계단 오른다

 

등불 켠 순간부터 내 편이 된 하늘에

불빛을 짊어지고 온밤을 건너가는 일

달인 듯 달이 아닌데 달로 보니 좋았다

 

 

퍼즐 맞추기

 

 

달은 별이 되고 싶어 하루하루 조금씩

제 살을 깍아내고 다듬으며 야위어 갔다

 

부서진 노란 조각이

꿈으로 쏟아지는 밤

 

별이 되지 못해서 돌아가고 싶어서

하나씩 끌어 모은 부서진 빛의 조각

 

새살이 돋는 자리에

점점 크게 점점 밝게 

 

 

겨울의 눈물

 

 

봄, 여름을 따라서 가을마저 사라진 숲

차마 떠나지 못한 나뭇잎 몇몇 장이

그림자 환한 그리움 잡은 손 놓지 않았다

 

흔들리는 마른 가지 부러질 듯 가벼워도

간절히 잡아당긴 한 낮의 햇살 한 줌

새 소식 기다린다며 전하는 안부 인사

 

바람의 입김 피해 꼭꼭 닫아 걸은 문

참아서 넉넉해진 마음 밭 깊어진다면

겨울이 지켜낸 봄이 눈물 속에서 움튼다

 

 

달의 꽃

 

 

홀로 남은 빛으로 활짝 열린 달의 문

 

흔적도 향기도 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 너는

 

피고 진 천년 세월이 기다림으로 키운 곷

 

 

걸어온 길 돌아보고 한 발 물러서 보면

 

그림자가 만들어 놓은 어둠 속 온전한 세상

 

살아도 다시 살아도 그 이름 기억하겠네

 

 

달맞이 꽃

 

 

달 없는 들판에 등불 켜는 꽃이 있다

 

길 잃은 여치며 개미 밤 낮 우는 풀벌레들

 

노란 등 불빛 따라서 집을 찾아 나선다

 

겨우내 품고 있던 간절한 기도는

 

가는 계절 끝자락에 숨겨놓은 꽃씨 하나

 

황금색 초롱가지에 등불로 밝히는 것

 

살아 온 세월만큼 흔들림 무거워도

 

조금쯤 비워두면 조금씩 채워지고

 

하얗게 눈부신 얼굴 달도 차면 꽃이 된다

 

 

계단

 

 

옷자락을 스치며 오고 가는 사람들

 

한 칸씩 오르다보면 끝이 보이는 계단

 

햇빛에 눈부신 백발 좋은 날이 지나간다

 

 

시작과 끝나는 경계 갈 길 아직 남았는데

 

난간을 붙잡은 손 기대어서 가는 길

 

당겨서 좁아진 계단 건너 갈 수 있다면

 

 

무릎이 먼저 아는 나이도 예순 즈음이면

 

오르기보다 내려오는 일 만만치 않아서

 

어딘가 중간쯤에서 짐 부리고 앉고 싶다

 

 

편지

 

 

달빛을 풀어놓은 강물에 쓰는 편지

 

어둠이 잠가 놓아 보이지 않는 글씨는

 

소리에 길을 물으며 그대에게 갑니다

 

휠수록 처연해지는 그믐달 뜨는 밤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순결해진 그리움

 

하얗게 스며든 온기 고요 속에서 잠들고

 

전할 사연 많아서 쓸수록 떨리는 손길

 

하루 종일 모난 마음 걸러낸 물결 사이로

 

은유도 직유도 없이 도착한 한 마디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