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차순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19.01.30 20:1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603


x9788989224457.jpg

-----------------------------------------

관계

-미련

 

 

 

뗄레도 뗄 수 없는 내 안의 적이 많아

무시로 바람 편에 떠밀려 온 풍문들이

오늘도 천연덕스레

명치 끝을 치받는다

 

언젠가 야윈 목선 그 경계를 휘감다가

막막한 벽 앞에서 또 하나의 점을 찍는

낯익은 기억 하나가

숫기없이 찾아온다

 

날마다 밑줄 긋는 미련이란 단어들이

덧없이 묻어버린 눈물일까 너무 두려워

미필적 고의를 묻는

너와 나의 비거리

 

 

 

외면

 

 

 

남의 옷 걸친 듯이 엉거주춤 맞닿은 곳

애써 말은 안 해도 알 것 같은 그대 시선

또 하나

헤게모니의

그 시작을 알린다

 

후세인의 최후 통첩 힘으로 맞서갈 때

반칙이 반칙을 낳는 절망의 끝을 보며

등돌린

사람과 사람끼리

산출하는 그 일들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핏대 세워 말을 하고

뛸 사람은 또 뛰면서 너도 나도 웅성웅성 

그것 참

백미가 주인 된

그 사실을 알까 몰라

 

 

 

지금은 부재중

 

 

 

듣는 것 보는 것도 긍휼히 말하느 것도

미혹에 이끌려산 후회뿐인 약속의 말슴

아직은 때가 아니다

회개하고 회개하다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같은*

지금은 부재중인 어둠 같은 나의 존재

떼 되어 드러낼 날이

새벽처럼 오리라

 

듣는 것 보는 것이 말하는 것 하나로 풀려

얽힌 것 설킨 것들 내 안에 물로 스밀 때

아늘이 큰소리로 울고

이 땅위에 드러나리*

 

 

* 베드로후서 3 : 8-9

 

 

 

등나무를 보며

 

 

 

등나무 속잎들이 붉고 푸른 귀를 연다

 

가슴뼈 돌돌 말아 함 뼘 한 뼘 길을 내고

 

단단한

갈등을 풀어

피워내는 보랏빛

 

 

 

그 길을 가다

 

 

 

성처럼 쌓아 올린 잃은 것 애타지 않아

오롯이 맞부딪친 모래바람 날려버려

낙타의 관절 소리로 하루해가 저문다

 

부대낀 형질변경서 도장을 누르던 날

천 근의 발걸름이 에돌아서 당도한 곳

불기둥 그 길을 가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평안이 기쁨이라 네 울음을 안아 본다

그 이름 불러주면 어딘들 못 갈 건가

담담히 두 귀 모으고 들으리라 들으리

 

가다가 힘이 들면 그대 얼굴 그려보고

좋았던 기억들을 신기루로 떠올리며

오늘 또 사랑의 완성 길 위에서 만난다

 

 

 

봄꽃 환한 날에

 

 

 

붉은,

고요가 흐른다

아득한 탯줄의 기억

 

한가득 별무리가 바다 위에 쏟아질 때

 

날마다

만삭의 배를

풀고 있는 합포만

 

기억의

저 편에서

피어나는 풀 꽃 별 달

 

아이가 어미 되어 한 문장을 완성 시킨

 

뜨거운

그리움들이

심장으로 수혈된다

 

 

 

문득, 그립다

 

 

 

저 빈들 고요 속에 피어난 그림으로

건넛산 물푸레 나무 빗소리로 듣는 고백

아득한 숲을 헤치고 메아리가 번져간다

 

숲의 자궁 속에 모여 살던 풀잎들이

난장 치며 놀고 있는 아득한 바람의 끝

그 모든 경계를 뚫고 내 유년이 자라난다

 

 

 

韓탁배기

 

 

 

두월동 골목길 어귀 어스름이 닻 내리면

 

걸쭉한 막사발에 넘쳐나는 7080 가락에

 

또 다시

불콰해지는

합포바다 사람들

 

 

 

바람의 언덕

 

 

 

사는 날

뼛속까지 파고드는 오한 같은

 

바다의

천둥 소리 훔쳐 온 기억의 저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시간의 꽃 피었다

 

 

 

바람꽃

 

 

 

어김없이 계절병이 다시 도지나 보다

반기지 않아도 문 열어 주지 않아도

화려한 꽃잎을 열고

한 무더기 피어났다

 

수식어 필요 없는 길 하나 열어 놓고

내 삶의 간이역이 긴 기적을 끌고 가는

이 여름 풍경을 두고

슬피 지는 꽃이 있다

 

 

 

거울속 여자

 

 

 

그 여자 거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표정 지으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 화장을 시작한다 

 

메마른 입술 위에 립스틱이 발라지고

봄볕 아침 세상을 그 여자가 걸어간다

살얼음 건너가는 듯 먼 길을 떠나간다

 

그 동안 헛된 것만 채우고 또 좇아던가

비우고 놓아버리는 그것을 알았을 때

거울 앞 또 한 여자가 풀꽃처럼 웃고 있다

 

-----------------

김차순

경남 마산출생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시조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회원

현재 기독교방송<c채널 앱라디오 카라멜>에서 '시조엘의 길 위의 냉수마찰'과

잠언으로 여는 세상>프로그램 진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