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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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
뗄레도 뗄 수 없는 내 안의 적이 많아
무시로 바람 편에 떠밀려 온 풍문들이
오늘도 천연덕스레
명치 끝을 치받는다
언젠가 야윈 목선 그 경계를 휘감다가
막막한 벽 앞에서 또 하나의 점을 찍는
낯익은 기억 하나가
숫기없이 찾아온다
날마다 밑줄 긋는 미련이란 단어들이
덧없이 묻어버린 눈물일까 너무 두려워
미필적 고의를 묻는
너와 나의 비거리
외면
남의 옷 걸친 듯이 엉거주춤 맞닿은 곳
애써 말은 안 해도 알 것 같은 그대 시선
또 하나
헤게모니의
그 시작을 알린다
후세인의 최후 통첩 힘으로 맞서갈 때
반칙이 반칙을 낳는 절망의 끝을 보며
등돌린
사람과 사람끼리
산출하는 그 일들
알 사람은 다 안다고 핏대 세워 말을 하고
뛸 사람은 또 뛰면서 너도 나도 웅성웅성
그것 참
백미가 주인 된
그 사실을 알까 몰라
지금은 부재중
듣는 것 보는 것도 긍휼히 말하느 것도
미혹에 이끌려산 후회뿐인 약속의 말슴
아직은 때가 아니다
회개하고 회개하다
하루가 천 년 같고 천 년이 하루같은*
지금은 부재중인 어둠 같은 나의 존재
떼 되어 드러낼 날이
새벽처럼 오리라
듣는 것 보는 것이 말하는 것 하나로 풀려
얽힌 것 설킨 것들 내 안에 물로 스밀 때
아늘이 큰소리로 울고
이 땅위에 드러나리*
* 베드로후서 3 : 8-9
등나무를 보며
등나무 속잎들이 붉고 푸른 귀를 연다
가슴뼈 돌돌 말아 함 뼘 한 뼘 길을 내고
단단한
갈등을 풀어
피워내는 보랏빛
그 길을 가다
성처럼 쌓아 올린 잃은 것 애타지 않아
오롯이 맞부딪친 모래바람 날려버려
낙타의 관절 소리로 하루해가 저문다
부대낀 형질변경서 도장을 누르던 날
천 근의 발걸름이 에돌아서 당도한 곳
불기둥 그 길을 가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평안이 기쁨이라 네 울음을 안아 본다
그 이름 불러주면 어딘들 못 갈 건가
담담히 두 귀 모으고 들으리라 들으리
가다가 힘이 들면 그대 얼굴 그려보고
좋았던 기억들을 신기루로 떠올리며
오늘 또 사랑의 완성 길 위에서 만난다
봄꽃 환한 날에
붉은,
고요가 흐른다
아득한 탯줄의 기억
한가득 별무리가 바다 위에 쏟아질 때
날마다
만삭의 배를
풀고 있는 합포만
기억의
저 편에서
피어나는 풀 꽃 별 달
아이가 어미 되어 한 문장을 완성 시킨
뜨거운
그리움들이
심장으로 수혈된다
문득, 그립다
저 빈들 고요 속에 피어난 그림으로
건넛산 물푸레 나무 빗소리로 듣는 고백
아득한 숲을 헤치고 메아리가 번져간다
숲의 자궁 속에 모여 살던 풀잎들이
난장 치며 놀고 있는 아득한 바람의 끝
그 모든 경계를 뚫고 내 유년이 자라난다
韓탁배기
두월동 골목길 어귀 어스름이 닻 내리면
걸쭉한 막사발에 넘쳐나는 7080 가락에
또 다시
불콰해지는
합포바다 사람들
바람의 언덕
사는 날
뼛속까지 파고드는 오한 같은
바다의
천둥 소리 훔쳐 온 기억의 저편
아무도
흔들 수 없는 시간의 꽃 피었다
바람꽃
어김없이 계절병이 다시 도지나 보다
반기지 않아도 문 열어 주지 않아도
화려한 꽃잎을 열고
한 무더기 피어났다
수식어 필요 없는 길 하나 열어 놓고
내 삶의 간이역이 긴 기적을 끌고 가는
이 여름 풍경을 두고
슬피 지는 꽃이 있다
거울속 여자
그 여자 거울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알 듯 모를 듯한 묘한 표정 지으면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새 화장을 시작한다
메마른 입술 위에 립스틱이 발라지고
봄볕 아침 세상을 그 여자가 걸어간다
살얼음 건너가는 듯 먼 길을 떠나간다
그 동안 헛된 것만 채우고 또 좇아던가
비우고 놓아버리는 그것을 알았을 때
거울 앞 또 한 여자가 풀꽃처럼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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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차순
경남 마산출생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시조문학> 신인상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회원
현재 기독교방송<c채널 앱라디오 카라멜>에서 '시조엘의 길 위의 냉수마찰'과
잠언으로 여는 세상>프로그램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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