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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남규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19.02.27 16:5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195


김남규.jpg
 
 

밤의 창고

 

 

밤은 매일 찾아오고

수만 권 제고가 되고

 

무너질 듯 겯고픈 곳

무심히 던져둔 곳

 

세상에

없는 단 한 권

찾지 못하는

단 한 권

 

신간新刊은 구간 자리로

구간은 또 구간으로

 

납골당처럼 정연하게

창고는 완성되지만

 

모두를

순식간, 한꺼번에

무너뜨릴

단 한 권

 

 

물집

 

 

발바닥에

물이 고였다.하고 썼다

지운다

 

고였다는

말이 고인다

수포 같이

고인다

 

물의 집

절름발로 건너거나

까치발로

닫거나

 

 

잠자리를 나눈다는 말에 밑줄을 긋고

 

 

문턱을 경계 삼아

방안은 감정이니

 

각자 다른 벽을 읽고

이해를 고민한다

 

침묵은

팽팽한 무력無力

책장처럼

에워싸고

 

이 밤을 지지하고

당신 또한 열렬하게

 

보수적으로 울고

진보적으로 참는다

 

당신과

나눠가진 세계는

기껏해야

천년의 밤

 

 

문지방은 사람들을 어디로 데려가나

 

 

지난밤에 보았다

골이 파인 문의 부재

 

저곳에서 이곳으로

우리는 지나왔다

 

문지방門地枋

늘 남아 있는 것

늘 그래서

낡은 당신

 

 

 

스킨

 

 

모텔 갓 나온 커풀처럼

밤은 깊게,아릿하다

울음을 껴안다가 세수를 배운다

칠흑漆黑이

나를 보고 있다

스킨 향이

번진다

 

스킨은 스킨을

바짝 조여온다

말수가 부적 줄었다 괜찮다고 했다

스킨만

가진 당신을

두고 왔다

따갑게

 

 

시집의 기분

 

 

문장과 여백사이

마음이 발기한다

행과 연을 무시한

당신 향한 활자活字들이

밤공기

침 묻혀 넘기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이

 

 

*

 

 

글씨는 도화선처럼

쪽수는 기폭장치처럼

점화를 기다리는 종이

당신을 기다리는 종이

 

픔안에

폭탄 하나 숨기고

히죽이는

그날까지

 

 

메소드method

 

 

당신을 버리면서

당신만 생각한다

가난한 밤마다 당신을 가졌으나

당신을

탕진할 것이다

엉망으로

잠들 것이다

 

당신이 없어도

당신을 안는다

등 돌린 허공을 두 팔 두발로 껴안는다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다

숨 막히게

안을 것이다

 

 

 

자러간다

 

 

유독 달에

가까운 밤

물어볼 게

많은 밤

 

교열처럼

음보처럼

일정하게

외로운 생활

 

질문은

베개 밑에 두고

이제 그만

자러간다

 

 

--------------

김남규

1982년 충남 천안 출생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일요일은 일주일을>, 현대시조 100인선 <집그리마>

연구서 <한국 근대시의 정형률 연구>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김상옥백자예술상 신인상 수상

2011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과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 선정

21세기 시조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