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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계정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19.12.30 11: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7


김계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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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정

2006년 백수백일장 장원, <나래시조> 등단, 시조집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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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의 무늬

 

 

꽃잎 다 떠난 후에 바람 반가워진 후에

봄이 간 줄 알았다 여름 온 줄 알았다

네 안의 웅크린 마음 변한 줄도 알았다

 

가까이 갈 수 없어 멈춰 선 발걸음은

숨죽인 울음의 강 참고 있던 눈물은

이제 곧 떠나갈 거야 그냥 봐도 알겠다

 

어제의 너는 가고 오늘은 내가 간다

위해서 간다는 말 위로되지 않는 말

흔적을 지우기 위한 변명이 시작됐다

 

 

고요한 기록

 

 

선과 악이 경계가 밤과 낮처럼 분명하다면

감추고 숨길 수 없는 태양아래 민낯이라면

착하게 살고 싶을까 잠간 사는 이 세상

 

전생의 그늘의 만든 업보라며 체념하고

참는 것도 지혜라며 속으르만 삼킨 눈물

천국과 지옥 있다면 억울할 것도 없는데

 

밤이 고인 달빛에 속이 맑은 나를 보면

잘 살았던 생의 말갛게 고이는 향기

고요한 기록 남겨도 부끄럽지 않겠네

 

 

폭로

 

 

해질 무렵 눈발이 하나 둘씩 모여들면

하늘과 당의 경계 무너지기 시작ㅎ나다

남의 일 상관 말라며 마음 걸어 잠근다

 

새어나갈 틈 없이 에워싼 어둠 속에서

제 목소리 낮추고 일제히 열어놓은 귀

혼자만 알고 있다는 말의 문 열릴까

 

햇볕과 바람 피해 밤새 앓던 야윈 눈

볕에 기대 흔적 없이 제 모습 지웠는데

멀어진 입의 그림자, 울어도 소용없었다

 

 

 

 

 

점과 점이 만나서 반듯하게 긋는 선은

네가 나에게 오는 다리였다 길이었다

돌아서 오지 말라는 기도였다, 소원이었다

 

선에서 선을 이어 바른 세상 만들기 위해

함께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오늘 위해

점부터 시작을 한다, 찍고 잇고, 만나고

 

네가 너를 떠나서 나에게로 오는 일이

앞만 보고 갈 수 없어 잠시 돌아본다면

뒤로는 가지 말라는 간절한 당부였다

 

 

 

모든 날 모든 시간

 

 

어느 날 갑자기 활짝 피는 꽃은 없다

모든 날 모든 시간 숨 가빴던 순간이

바람의 살갗 속에다 채워 넣은 그리움

 

이제 때가 되었어 훌쩍 지는 꽃이라면

모든 날 모든 순간 준비했던 시간을

가만히 보여준 거다, 끝낼 준비 마쳤다며

 

강처럼 흐른 하루 바다가 된 도시에서

보낼 것 다 보내고 비울 것 다 비우면

모든 날 모든 시간은 사라지며 살아난다

 

 

겨울비

 

 

촉촉하게 젖은 하늘 바다를 끌고 있다

맨발로 달려온 기운 빠진 바람이

무거운 발걸음마다 피워놓은 물의 꽃

 

아파도 아픈 줄 몰라 살아도 사는 줄 몰라

추위의 무게에 눌러 젖어버린 부푼 꿈

고여서 출렁일 때마다 눈물로 쏟아냈다

 

머물고 싶은 말이 허공에 피운 흔적

떠나며 남긴 이름 빛이 될 수 없다면

겨울에 내리는 비로 잠시 다녀가겠다

 

 

 

그곳에 그녀가 있다

-해양문화의 꽃, 해녀중에서

 

 

세상에는 없는 별 머리 위에서 빛나면

한잎 두잎 꽃잎 인양 물살이 키우는 꽃

차가운 생의 노래에 파도가 지나간다

 

웃음 한그릇 풀어 다정하게 나눠 마시면

발끝까지 투명하게 전해지는 뜨거운 피

바다를 등에 업고서 출항을 서둘렀다

 

햇볕도 쉬어가는 새까만 민낯으로

출렁이는 속울음 쏟아 부은 바닷속

취한 듯 비틀거리며 만선 한 척 들어온다

 

 

한번 더 스쳐갔다

 

 

달의 빛없이 진행된 어둠 속 땅의 의무

바쁘게 실어 나를 숨소리 끌어안고

이 세상 모든 길들의 문을 활짝 열었다

 

길어진 하품 더하며 삼키는 마른 한숨

온전한 무방비 상태 잠들 수 있는 빈자리가

기대어 함께 간다면 행운의 오늘 운세

 

우연인 듯 지나친 수많은 사람들 중에

아직은 때가 아니라 한 번 더 스친 옷자락

천 번을 채우지 못한 인연 하나 지나갔다

 

 

 

 

사랑 한 끼

 

 

 

햇살 한 점 담아야 꽃 피우는 봄이다가

 

바람 한 자락 묵혀두면 황금물결 눈부신 가을

 

담았다 비우기 바쁜 열두 달 밥그릇 같아

 

 

줄 것이 밥 한 그릇 식지 않은 마음이다가

 

기다려 차린 밥상 허기 채운 사랑 한 끼

 

변해도 다시 또 오는 열두 달 계절 같아

 

 

 

마지막 답신

 

 

온전히 내 것이라며 잡고 있는 미련이

 

한 편 씩 펼쳐 보인 길의 지문 읽으면

 

기억은 어제를 향한 사라진 눈물의 족보

 

 

추억의 무게조차 잴 수 없는 사연이라면

 

하얗게 뿌린 내린 이별의 맥 짚어가며

 

마음이 그리는 풍경 전하는 마지막 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