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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진숙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19.12.31 08:2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5


김진숙.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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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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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라는 장르

 

 

 

   봄 오는 길목에 이따금 갇히곤 한다

 

   두부 같은 날들이 책상 위에 물렁하다 다 식은 커피 잔 읽지

못한 시집까지 쌓아둔 구름 조각들 두서없이 축축하고 수도

꼭지 잠그는 걸 금세 또 잊었는지 행운을 꿀꺽, 삼켜버린 부

엉이가 한눈팔지도 않고 무슨 주문을 외우는지 거실 밖 이월

바람이 자꾸 창을 두드려 꽁꽁 얼려두었던 내 안의 세포들은

옛집 슬레이트 처마 끝에 매달려 싱겁고 싱거워진 계절을 훌

쩍이다가 사진 속 넉넉한 아버지가 두 스푼 된장을 풀어 끓여

낸 아침의 시를 맛있다, 연신 드시는 목소리를 듣곤 해

 

   첫 울음 항상 놓치는

   눈물이 참 싱겁다

 

 

 

아직도 나는 보리다

 

 

 

맨땅을 뚫고 나온 청보리 싹을 보거라

 

열 칸짜리 세상에다 또박또박 써야지

 

 

아버지 푸른 말씀들

 

처음처럼

 

듣는

 

 

 

 

 

장마

 

 

 

산수국 꽃잎 아래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당신은 띄어쓰기도 없이 눅눅한 시를 쓰고

 

한 번씩 숨넘어갈 듯 바다 향해 울었다

 

 

 

 

 

 

한 번도 젖은 발목을

내보인 적 없었다

 

철썩철썩 흐느껴 우는

달무리 진 밤이면

 

등이 휜 기침 소리가

환해장성을 넘는다

 

 

 

토르소

 

 

 

청량사 마당 구석에

우두커니 저 고사목

 

눈도 귀도 다 잘라내고

맨몸뚱이로 선다면

 

내 안의 군더더기를

지워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