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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환수 시인 시집엿보기 등록일 2020.01.03 14: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4

김환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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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수

경북 고령 출생. 2007년 <현대시학> 등단.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시학 젊은시인상. 천강문학상 시조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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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천뱅이의별*의 밤

 

 

 

목놓아 불러봐도

메아리 없는 먹빛 하늘

 

진등한둥 걸어 왔을 절름발이 키 큰 사내

 

떼 지어 따라 온 어둠 가뭇없이 부려놓다.

 

점 점 점 멀어질수록

디룽대는 대기권 밖

 

잔등을 쓰다듬으며 등걸잠 뒤척일 때

 

멍이 든 별 하나가 가슴에 와 안긴다

 

 

*허천뱅이별 : 샛별의 다른 이름 

 

 

 

3대 조폭

 

 

 

아래뜸 마늘밭에 얼굴 내민 3대 조폭

 

 

바랭이파 뚝새풀파 쇠비름파 패거리 모여

 

 

그믐날 어둠을 틈타 쇠울짱을 넘어 왔다.

 

 

마을회관 스피커로 조폭 출현 비상 걸고

 

 

괭이를 쥔 밭주인의 빈틈없는 검문검색

 

 

비트* 속 몸을 숨긴 채 먹물 푼 밤 기다린다.

 

 

밤도와 득실대는 찰거머리 조직폭력배

 

 

참다못한 인근 경찰 비상소집 회의 끝에

 

 

농약 탄 최루탄 발사, 계파조직 와해됐다.

 

 

 

 

* 비트: 간첩 활동 따위의 은밀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숨어 지내는.

 

 

 

 

울음경전

 

 

 

늙은 절집 앞마당에 검버섯 핀 고목나무

 

 

먹빛 장삼 떨쳐입은 말매미 동자승이

 

 

뉘 몰래 우듬지 앉아 백팔번뇌 덜고 있다.

 

 

무에 그리 애타게도 절절한 것 남았는

 

 

밤낮없이 뒤척이던 속세 떠난 그끄저께

 

 

해거름 목이 쉬도록 울음경전 줄줄 왼다.

 

 

 

꽃의 둔부

 

 

 

떠나간 봄 빈 자리에 초여름이 짐을 풀자

 

장수경로당 할머니들 아장걸음 재우치고

 

수목원 소풍 나온 듯 구절초가 다 모였네.

 

 

원추리꽃 똑 떼닮은 하마형 옆집 할머니

 

외동아들 달랑 낳고 완경(完經)을 선언했나?

 

서너 평 푸진 궁둥이 노란 남방 입고 섰네.

 

 

닭의장풀 쏙 빼닮은 여리디 여린 울 어머니

 

아들 네 명 낳느라고 살이 축난 엉덩이에

 

보라색 윗저고리로 허리춤을 슬몃 덮네.

 

 

 

장대비

 

 

 

욕쟁이 평산 할매 세속 곤 때 벗겨내고

 

 

영감 찾아 구만리 길 서둘러 떠나는 날

 

 

하늘도 악다구니 칠까, 눈치 한껏 보고 있다.

 

 

산역 마친 산역꾼들 흙삽 씻는 늦은 오후

 

 

저승 문 앞 당도하여 하늘 모서리 찢는 그때

 

 

못 다한 서 말 닷 되 욕을 그녀가 퍼붓는다.

 

 

 

겨울 삼마제

 

 

 

동살 스릇 그러모아 숨결 고른 황금 경전

벌길 걷던 된추위가 시경詩經 한 줄 읽다 말고

푹 꺼진 올빼미 눈두렁

볼그족족 물들였다.

 

풍경소리 그러모아 허공 매단 바람 경전

탁발 나온 곤줄박이 서경 書經 반쪽 외우느라

이따금 산 메아리를

이명처럼 끌고 온다.

 

숫눈 아름 그러모아 가슴 품은 마음 경전

달포 남짓 쉬엄쉬엄 역경易經 몇장 풀다보면

그 또한 겨울 삼마제에

정신줄을 놓고 있다

 

 

 

 

연못과 산 그림자

 

 

 

그대가 몰래 와서 얼굴 한 번 내밀어도

 

천근만근 내 심장이

 

우레 치듯 쿵쾅대고

 

그 물 속

 

햇살을 건져 산빛 장경 풀어낸다.

 

 

그대가 또 찾아와서 허리 슬몃 껴안아도

 

수만 볼트 내 가슴이

 

불꽃 마냥 터뜨리고

 

또 한 번

 

산 그림자 몰래 사랑앓이 하고 있다.

 

 

그대가 마지막 와서 손 흔들며 돌아서도

 

반 평 남짓 내 눈물샘

 

억수처럼 쏟아지고

 

긴긴밤

 

풀 죽은 연못도 잠 못 들고 뒤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