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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최성아 시조시인 작품방 01 등록일 2018.11.26 20:4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887

========================차 례 ==========================

말을 캐다/ 메시지/ 상강/ 동박새 산조/ 무른 자리-온천천 50/ 침묵-온천천 101 /

배롱나무/ 길/ 메밀밭/우선멈춤/ 단풍놀이/

======================================================

말을 캐다

 

 

썰물에 몸 드러낸 어머니 겨울 바다

예고 없는 방문객도 햇살만큼 반가울까

호미에 찾아와 안긴

재롱들이 수북하다

 

주인 잃은 조개 터에 가치놀 드나들 동안

오래도록 닿지 않아 허기진 문안 인사

헤집은 갯벌 속으로

그렁하다 속엣말 

 

 

메시지

 

 

꽃 대신 신록이라는 산의 문자 날아든다

 

골짜기 건너다니는 초록 문장 너머너머

 

잎새들 빼곡히 쓰는

 

저 필사본 금강경

 

 

상강

 

 

첫 서리 내린 머리 안타까이 바라보시던

사진 속 웃고 계신 그 눈길 뵙고 싶어

물들인 머리칼 쓸며

가르맛길 갑니다

 

볕살에 물이 들어 파래진 하늘 아래

귀밑머리 하얗도록 생각 잎 따냅니다

한사코 손사래 치는

시간 줄을 당기며

 

 

동박새 산조

 

 

그들은 알고 있다 탄약창 시꺼먼 밑

피멍에 접질린 시간 부리로 쪼고 있는

지심도 동백숲길은 계면조로 붉어간다

 

곁가지 움틔우며 제 가슴 도려내던

서둘러 터뜨리던 푹 젖은 꽃봉오리

가락에 실어 나르는 생의 안부 숨가쁘다

 

울컥울컥 마주한 흰옷 찢긴 눈물 너머

그 날의 대한해협 깃 세워 시퍼런 날

울어야 만날 수 있는

시린 동백이 핀다

 

 

무른 자리

-온천천 50

 

 

물도 제값 하려면 권속이 필요한가

지상철 역사에 깔려 오리마저 다 떠나간

반 지하 퀴퀴한 하천 햇볕 한줌 아쉽다

 

괸 자리 벗어나려 해종일 버둥대도

돌고 도는 헛발질에 물살이 기침한다

발밑에 돌부리 채이는

뒷배 없는 저이들

 

 

침묵

-온천천 101

 

 

어둠을 빨아들인 묵직한 물길 따라

 

풀꽃들 손짓 발짓

몸으로 수런대고

 

도리질 가로등 불빛

낮의 수다 지운다

 

 

배롱나무

 

 

백일만 사귈까보다

더는 잡지 않는다니

 

날마다 꽃불 밝혀

깨소금 볶는 통에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간지럼만 붉어라

 

 

 

 

사랑을 차리기 위해 서두는 걸음이다

시장을 지나는 길, 엎드리고 엎드리는

아끼는 명품 가방만큼

힘줘 잡은 검은 봉지

 

때와 때를 이어가는 낮지만 귀한 순례

손마다 들려있는 미소도 보일 듯 말 듯

한 길만 걷는다는 것

눈물겹게 거룩하다 

 

 

메밀밭

 

 

달빛에 멱을 감는

수만 평 가슴앓이

 

아련한 꽃길 따라 지우다 다시 쓰는

 

움트는

먼동에 쏟아질

반짝이는 마음들

 

 

우선멈춤

 

 

1.

과속을 숨기려고 눈과 귀를 막는다

지워진 선을 읽는 광장을 에워싸며

단숨에 뒤바꿔버리는

앞뒤 구린 입소문

 

2.

조간신문 알갱이가 목을대에 걸린다

정지선 벗어나는 급제동 비명으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막무가내 저 발길

 

 

단풍놀이

 

 

지리산 불탄다고 카톡이 넘어간다

 

이백 리 뻗은 불길

바람에 불씨 날고

 

구경꾼 두 손을 놓고

웃고들만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