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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최성아 시조시인 작품방 02 등록일 2018.11.26 20:4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38


최성아.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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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아

마산여고를 거쳐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2004년  <시조월드> 신인상으로 등단(본명 최필남)

시집 <부침개 한판 뒤집듯>,  <달콤한 역설>

부산문학상 우수상 수상

중앙학생시조백일장 지도교사대상

제5회 부산시조작품상 수상

현재 부산 금강초등학교 재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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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 가는 시간

 

 

속을 홀랑 뒤집어 하얗게 털고 싶다

 

먼지 낀 혀 놀림을 물살에 닦아낸다

 

과체중 뒤뚱거리는

 

욕심덩이 녹이며

 

 

내 안에 오리 있다

 

 

햇살 여린 삼동 하천

오가는 인파 속에

시린 발 쬐고 있는 여유로운 오리들이

바람을 불룩하게 가르는 다운 떼에 놀란다

 

뽀송한 털을 채워 두둑이 겨울을 누빈

수백의 뒤뚱거림 활보하는 긴 산책길

두려워 흘깃거리며 찬 물속에 뛰어든다

 

추위를 팔기에도 다운 점퍼 제격인데

윗도리 잠금 풀면 피투성이 울음 샐 듯

꽁지깃 균열의 틈에

서걱거리는 상처들

 

 

아름다운 자유

 

 

길 찾아 헤매느라 소리도 잃은 걸까

강에 다다른 하천 주눅이 들었을까

갇힌 채 야위어가는

입동 지난 물길들

 

마음껏 달려오다 옭매인 물살들이

안으로 부대끼다 서서히 닫아건 입

물소리 힘을 올리면 흐를 길이 열리겠지

 

바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틈을 본다

졸졸 힘 끌어 모은 아우성이 바람 타고

먼먼 길 물꼬를 트는

아름다운 저 자유

 

 

직선과 곡선

 

 

구서에서 동래 가는 온천천 두 갈래길

빠르고 반듯한 느리고 구불구불한

망설임 오고 간 자리

생각자국 촘촘하다

 

잘 닦여 편해 뵈는 도시철 지상 구간

앞만 보고 내닫는 익숙한 시간에도

건조한 속력이 낳은 뒷모습은 야위고

 

달리다 앞지름도 풀섶 거닌 여유도

빠르면 빠른 만큼 느리면 또 그만큼

하루해 넘기고 받을

아우르는 길이 있다

 

 

곡우

 

 

산책로 길섶으로 이별 흔적 늘어놓은

짧은 만남 뒤로한 팔딱이는 꽃잎 있다

어질한

생을 내닫다

바람 따라 드러누운

 

역류한 숭어들의 흩뿌린 비늘 몇 개

시간을 이어주는 봄 조각 주워들면

하천은 여름 덧대는

재봉틀을 돌린다

 

 

합수

 

 

강 문턱

기웃대다

 

합방의

꿈에 젖어

 

잔물결

퍼뜨리는

 

하천어귀

실웃음들

 

덩달아 가던 길 멈추고

돌고 도는 바람들

 

 

무료 카페

 

 

만남을 주선하는 생태천 긴 산책로

가벼운 여행이듯 친구를 찾아가듯

때 묻은

마음을 씻는

수다차도 향기롭다

 

약속 따윈 없었어도 누구든지 다가와서

나란히 또 나란히 어깨 서로 맞추는 길

앞서 간

물소리까지

높은 벽을 허문다

 

 

오리와 산책하다

 

 

지친, 도시 주파수 되돌려 맞추는 시간

여름 하천을 따라 익숙한 리듬 타고

서둘러 동반을 위한 눈높이를 긋는다

 

밀려든 어스름도 살짝 자리 내주는

그들 맘 떠다니는 물소리 들어본다

감싸듯 어루만지듯

오리걸음 내 걸음

 

 

건강을 팝니다

 

 

풀꽃들

나무 함께

나날이 토실해지는

따라온 애견까지 덤으로 튼튼해지고

풀리는 관절 소리에

초여름이 가볍다

 

풀섶의 오리들이 여유를 드리운 한낮

잉어도 비둘기도 웃음을 퍼뜨리고

내딛는 걸음 사이로 초록 바람 불고 있다

 

 

웰빙 또 웰빙

 

 

비둘기 한눈파는 생태천 봄을 따라

대여섯 그들끼리 참살이 바람 타고

잎 돋은 나무 밑에서 먹거리를 찾는다

 

보행로 과자에 홀린

또 다른 어설픈 무리

인스탄트 길들여진 시간이 뒤뚱이고

과체중 저린 다리에 환한 봄날 흔들린다

 

선한 흙에서 나온 풋풋한 생기 뿌려

모여든 인파까지 여유를 어루는 하천

거뜬히 천리를 날던 먼 전설도 솟구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