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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윤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10.26 20:1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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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숙

제주출생

2000년 <열린시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가시낭꽃 바다>, <장미 연꽃> , 현대시조 100인선 <봄은 집을 멀리 돌아가게 하고>

시조시학 젊은 시인상,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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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놓치는 건 네가 아닌 내 안의 시월이다

 

붉게 쏟아지는 울음의 저 길 끝으로

 

붙잡지 못하는 마음 서늘히 번져간다

 

 

 

참빗살나무

 

 

참빗처럼 나뭇잎을 파고드는 햇살에

한라 능선 차오르는 치렁치렁 머릿결

언젠가 마주친 소녀 빛나던 이유 알겠다

 

어머니 나를 눕혀 서캐를 고르시던

그 손길 설핏 든 잠, 홀로 깨어 서러운 날

땀 냄새 절은 머리칼 참빗살나무 근처다

 

몇 번을 멈칫대다 끝내 찾지 않은 집

수직의 돌계단 산정 아래 이르러

푸르름 순명으로 받드나 붉게 익는 열매들

 

 

하논*

 

 

부름에 대답하듯 발걸음을 놀는다

 

아득한 새 지평의 또 다른 섬에 닿아

 

가만히 귀 기울이니 풀벌레 소리 가득 차다

 

 

뉘엿한 가을 들녘 그림 속에 빨려 들어

 

오만 년 전 물길이 간곡하게 이르는

 

세상의 근본을 열어, 한 끼 밥 뜸 들인다 

 

* 분화구 안의 논, 습지와 샘이 있다

 

 

 

술팽랭이 꽃

 

 

짐을 싸 나갔던 바람 수몰지로 와 휩쓸리네

 

가을이 당도하여 더 간질한 피붙이들

 

제방 위 내리는 하늘, 툭 찔리는 손눈썹

 

 

 

경전

 

 

관음사 숲길 걷다 눈에 띤 짐승 발자국

 

접질러 중심 잃듯 철렁 가슴 내려앉는다

 

태풍에 뿌리 뽑힌 나무, 둥치 속 두려움 같을까

 

부처 찾아 올랐다는 순례길의 헛웃음에

 

곧게 뻗은 삼나무, 밝히는 단풍 외경에

 

뒤 미쳐 겨우 깨치는, 또 하나 내 안의 짐승

 

 

바람의 날 4

-억새

 

 

우, 우, 우 이명의

 

울음을 삼킨 들녘

 

한 번 더 받들어야 할

 

돌투성이 자갈 밭

 

닳아져 벼리던 날들

 

푸르게 살아, 

 

살아있으랴

 

 

 

감물 옷

 

 

가시덤불로 쏟아지는 칠월의 불볕엔

 

흰 광목 치댄 감물 게운 숨 돌릴 새 없이

 

밭일로, 바당 물질로 한 몸뚱이 타들었다

 

등줄기 흐르는 땀 눈자위 흐릿하고

 

맨발바닥 딛고 선 땅 거칠어 사무치는

 

어머니 일어서는 몸 배겨든 감꽃물색

 

 

망초꽃

 

 

허공도 바다도 건너 예까지 따라왔네

 

허리께 주춤 다가와 옷깃을 잡아끄는

 

한 하늘 사람의 동네, 바람결도 익숙한데

 

잠시 네게 벗어났다고 외진 마음 도졌을까

 

먼 나라 숙소 모퉁이 산 그림자 내리는

 

간간이 흩뿌리는 비 날 달래는 꽃망울들 

 

 

접시꽃

 

 

한여름 뒤뜰에 놀러온 사촌언니

 

할머니 둥근 질그릇 가득 받아 데워진 물

 

새까만 발등 담구면 장대키 히죽이던

 

 

달팽이관

 

 

오름의 저 깊이를 무슨 수로 재려 했나

 

헛딛는 발걸음에 놓쳐버린 무게중심

 

활오름 휘어지던 생, 오롯 버틸 그 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