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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은주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10.30 20:5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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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1965년 서울 출생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졸업

2014년 <시조시학>시인상 등단

2018년 수원문화재단 형형색색 문화예술지원금 수혜

시나루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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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값 꼴값

 

 

동 대표와 상가 간에 큰 싸움이 벌어졌다

아파트가 닦은 길로 손님들이 드나드니

길값을 자꾸 내란다

공짜가 어딨냐며

 

인도에 울을 치고 앞뒤로 문도 달았다

연 이백씩 계약한 마트 앞만 쪽문 주고

큰 문을 사슬로 꽁꽁,

모른 척 참견 말란다

 

바람이 나른 꽃길 너나없이 넘나드니

꽃향기 어이없이 슬그머니 자취 감추고

뻐꾸기 그 소식 듣곤

꼴값~ 꼴값~

소문낸다

 

 

저물지 않는 저녁

 

 

무덤 같은 민머리를 베개에 파묻은 채

때 절은 체취들을 속옷으로 껴입은 채

노후를

침대에 먹힌

녹슨 저녁이 있다

 

발버둥 치는 풍선을 꽉 붙든 비닐끈처럼

절개된 기관지로 거듭 차는 침을 빼며

줄들로

친친 묶여진

인질 같은 긴 여생

 

딸이 매단 닭 모빌은 자꾸 문을 힐끔대고

통로 향해 귀가 환한 음각 같은 어머니

날마다

점루지 않는

젖은 저녁이 있다

 

 

틈새 수선집

 

 

건물과 건물 사이 빈틈을 비집고 앉아

싹 수리한 재봉틀을 가장처럼 모셔놓은

명품옷 일류수선집

그 간판이 호기롭다

 

임대료는 도대체 누구에게 내는 걸까

입소문 내달라고 바람에게 건네는지

온종일 노루발* 몰아

멍든 꿈을 깨운다

 

빈색하듯 삐걱대는 여닫이문 닫을 새 없이

넘나드는 발길들로 반질해진 나무 문턱,

납작한 한 평 수선집

삶의 틈도 박음질 중!

 

*재봉틀에서, 바늘이 오르내릴 때 바느질감을 눌러 주는 두 갈래로 갈라진 부속.

 

 

샘플인생

 

 

물구나무 샘플병을

콕콕콕 두드려대는

그녀의 출근 준비에

생이 왠지 샘플스럽다

 

우루루

들러니나 서다

덤으로

얹혀가는

 

짧게 쓰고 치워지는

알바채용 난무 아래

냉동으로 채워지는

혼밥 혼술이 잉여인간

 

마음이

절뚝절뚝하다

청춘이 다

누수된 양

 

 

가을 신호등

 

 

차 유리에 끼어 든

활짝 갠 은행잎 둘

 

황색불 업비춘 듯

얼결에 멈칫한다

 

가을은

노란 신호등

속도를 줄이라는

 

 

가시연

 

 

뭉쳤다 편 종이같이 고깃꼬깃 연잎들은

 

풀칠한 듯 잘 발린 수면 위의 바늘방석

 

물과 볕 싹싹 비벼먹고 늘어가는 날선 가시

 

볼멘 듯 자주빛으로 양면 가득 들이대도

 

개구리 찾아오고 잠자리 쉬어가고

 

애벌레 노란 허기를 초록으로 채워간다

 

 

바람의 간격

 

 

햇볕에 추를 단듯, 나른한 봄날 오후

심심한 실바람이 간을 치듯 솔솔 대자

앞 동의 늙은 벗나무 남심남실 장단이에

 

대열에서 슬쩍 빠진 허투루 된바람이

별안간 확 떠다밀어 허리가 휘청해진

뒷동의 갓 핀 백몰력 봄날을 와락 쏟네

 

작은 고기 떼를 지어 큰 고기 위장하듯

큰 바람과 한패인 척 자잘한 바람의 허풍

간발의 각극을 따라 봄 표정이 귀뜀하네

 

 

화살나무 봄

 

 

어린 잎

징징 매달리는

무거운 새 봄이다

 

잎과 꽃엔

눈 맞추며

가지는 그러려니

 

푸르르

날개를 활짝 펼쳐

핑- 하니 당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