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조안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5.11 23:0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941


조안.jpg

--------------------------

조안

서울출생

2012년 <유심>으로 등단

2017년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지원 수혜
--------------------------

 

방편

 

 

낡은 집 철제 울타리

기대 선 느티나무가

 

줄기와 벋은 가지

쇠붙이와 한 몸이다

 

버티다

버티다 그만,

끌어안아 버렸다

 

 

늦가을 텃밭

 

 

배추는

그냥 두고

무청만 사라졌다

 

그게 고라니 가족

한 끼 식사 되어을까

 

전생에

그들에게 진

빚은 좀 갚았을까

 

 

책갈피

 

먼 데

소식 오듯

갈바람 불어오네

 

하늘은 깊어서

햇살도 키를 낮추고

 

들국화 노란 꽃잎엔

그대 향기

묻어있네

 

 

한강변에서

 

퉈지듯 쏟아지는 수중보에 갇혔던 강물

낙차가 클수록 물의 일도 격해지고

거칠게 내닫던 마음을

금물살에 흘려놓네

 

휘돌다 굽이치는 물이랑 바라보다

강둑을 따라서 묵묵히 걷는 동안

물결이 가만 속삭이네

아무것도 아니다

 

어느덧 너른 강폭 언저리에 이르러

너울너울 흐르는 강의 노래 들으면

그렇지, 아무것도 아니지

그 강변에 나, 산다네

 

 

처방전

 

 

파도가 넘실대는 섬으로 가는 뱃전

객실 앞 안내문이 불안을 지키는데

"뱃멀미 예방하려면 기우는대로 기우세세요"

 

기우뚱 쏠려볼까 선 채로 너울 타고

물결과 한 몸 되어 풍랑처럼 풍랑이 되어

물에서 일어난 멀미

바다에서 달랜다

 

 

석촌호수

 

 

눈 내리는 호숫가

수묵담채 치고 있다

 

메마른 마음 눈도

눈밭에선

촉촉이 젖고

 

점점이

걷는 사람들

먹물처럼 스민다

 

 

 

 

알전구 까무룩 늦은 밤 골목시장

야채처럼 시든 할머니 떨이는 언제하나

반으로 접힌 몸피가

마분지 낱장같다

 

맏개시장 둥근 맛이 감기는 눈을 지켜

누구도 달래지 못한 허기를 추스른다

졸다가

흠칫, 깨는 몸짓

위로 얹어 주신다 

 

 

봉정암 가는 길

 

 

참나무 밑둥

 

껍질 다 벗겨진 길

 

얼마나 많은 마음들 디딤돌이 되었을까

 

새순이 올라온 자리마다

 

내려오신 하늘빛

 

 

지금, 여기

 

 

정합병원 대기실

지친 얼굴들 사이

 

중증 뇌성마비

소중한 딸 품에 안고

 

웃으며 뺨을 부비며

젊은 부부

행복하다

 

 

봄까치꽃

 

 

작고 미미하다

낮춰 부르지 말아요

 

밟힐듯 부대낀다고

가여워하지 말아요

 

내 몫은 해내지요

 

봄빛 몰고 왔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