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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광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8.06.13 13:4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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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

부산출생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 <소리가 강을 건넌다>, 현대시조 100인선 <시장 사람들>

부산시조작품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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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돌

 

 

띄엄띄엄 이어놓아 물길을 끊지 않고

흐르는 물도 비켜 길 한 쪽 내어준다

 

여울진 생을 앞서간

그가 나를

부른다 

 

 

 

현관

 

 

문밖엔

늘 헤쳐 온 파도가 넘실댄다

 

바다도 뭍도 아닌

여기는 작은 선창

 

그물질

지친 몸 부릴

배를 댄다

 

집이다

 

 

 

바람이 사람같다

 

 

신명은 어찌 못 해 산에 들에 죄다 풀고

 

부아가 치밀 때면 회오리 들이민다

 

사람이 그리운 날은 애먼 창만 두드린다

 

때로는 갈 데없는 떠돌이로 터벅댄다

 

너 떠나 텅빈 길을 구르는 가랑잎이

 

바람의 발꿈치인 양 가다 서고 가다 선다

 

 

보금자리

 

 

잔가지 집어 물고 공중을 나는 까치

집 장만 한다는 건 새들도 큰일거리

그래도 집세 걱정은 너네는 않고 살지

 

전세금 더 낮추어 이사할 집 찾는 최씨

새라면 훨훨 날다 깃들이면 그만인데

벽보판 전월세방엔 눈 맞출 데가 없다

 

새끼들 커가면서 채 펼치지 못한 날개

언젠간 날아오를 꿈만은 접지 마라

달동네 가파른 길도

올라서니 훤하다

 

 

그날

 

 

백화점 여성 의류 판매 사원 이정아 씨

 

어두운 표정 한 채 손님을 맞았다고 고객 불만 접수되어

사무실로 바로 호출, 새파란 대리한테 상소리 들어가며

다신 안 그러겠다 시말서 쓰던 그날

 

홀로된 친정아버지 입원 소식 접한 그날

 

 

물수제비

 

 

저수지 너른 곳간

가득 채운 물의 왕국

 

햇살이 비호되듯

수면 위를 반짝이고

 

목말라 뛰어든 돌멩이

 

몇 발자국

못 가네

 

 

권 목수

 

 

내리친 망치질에 손가락뼈 부러지고

전동 톱이 입힌 흉터 옷소매로 가린 사람

뭔 생각 그리 많은가 걸핏하면 넘어진다

 

해준거 하나 없이 딸 셋 다 컸다고

귀만 보면 입이 근질, 딸 자랑 펼치는 그

잠자코 들어주는 게 덕을 쌓는 일이다

 

새아버지 손을 잡고 신부 입장 하던 큰딸

하객들 눈을 피해 먼발치서 봤다는 말

덕 쌓아 술친구 되니 술잔처럼 건네준다

 

 

대빗자루

 

 

구석이 제격인지 거처는 늘 그 자리

일터로 나가서도 환대받은 적은 없다

서러운 눈칫밥 먹듯 이는 먼지 삼켰다

 

지난 걸음 돌아보면 귀얄무늬 지워진 길

바닥을 쓸어안고 모지랑이 되어갈 때

빗자루 하늘을 나는

꿈에 잠시 기댄다

 

 

독백 2

-데자뷔

 

 

동백이 제 꽃잎을 발아래 떨구는 걸

건너편 목련나무 꽃눈이 지켜본다

 

내게도 그런 날 올까

어렴풋이 돋는 아픔

 

 

독백 7

 

 

빼곡한 서가에서 책을 꺼낼 때면 본다

이웃한 두서넛이 잇달아 기우는 걸

 

제 중심

허물어가며

덮어주는 빈자리

 

 

독백 11

 

 

한때 채여 넘어진 건 쨍쨍한 날이었다

 

우산 쓰고 걷다보면 바닥에 젖는 생각

 

진창길 디디고 건너는 돌부리가 낯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