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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강애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1.20 21: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56

강애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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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애심

제주 영락리 출생

2004년 <시조시학> 등단

시조집 <다시뜨는 수평선>

제주시조시인협회,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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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신호등

 

 

하루해도 모자라 허둥대던 내 몸에

쉼표하나 찍듯이 들어온 빨간불

정지선 멈춘 발걸음잠시 툭 놓아본다

 

내 안에 짐이 많아 어깨가 시려오고

어디로 향할지 불빛 속에 서성일 때

봄비치 신호로 다가와 나를 끌어당긴다

 

 

 

느린 우체통

 

 

 

소녀의 유품처럼 남겨진 편지 한 통

효도를 못해서 더 애틋한 사연을 담은

영종도 을왕리에 있는 달팽이 우체통

 

우주선 띄운다고 들썩이는 이 시대에

일 년을 고이접어 피어나는 사연들

한 십년 가슴에 품고

간절하면 이뤄질까

 

할머니 그 온기도 이승처럼 기다리며

고용직 땀내에도 절실한 꿈을 꾸는

인천에 푹 삭은 우체통

바람의 행간 품고 산다

 

 

 

자전거, 아버지

 

 

 

자주 가던 길 따라

아들의 자전거를 탄다

 

흙먼지 툴툴거린 아버지 뒤에는

허리를 꽉 움켜잡은 어린 내가 앉았다

 

보리밭 길 따라 가면

코끝에 와 닿던 그 냄새

 

가슴에 콕 박히듯 흔적만 남기고

 

내게로 페달 밟고 오시네

열두살 나를 태워 오시네

 

 

 

애기뿔 쇠똥구리

 

 

 

숙제를 다 못하고 졸고 있는 아이처럼

 

쇠똥 밑 파다보면 눈 못 뜬 쇠똥구리

 

저들도 노아의 방주에서 살아남은 종자일까

 

가파른 능선에다 한 살림 차려놓고

 

가시꽃 하얀 등불 분화구를 밝히며

 

지구를 굴리며 간다

 

뿔 하나로 버팅긴다

 

 

 

순천만 갈대숲

 

 

 

갈대를 품고 있는

구멍 숭숭난 갯벌에서

 

홀로된 아머니

시린 설움 묻어 있다

 

한겨울 골다공증에도 둥지 품은 갈대숲

 

 

 

멀구슬나무1

 

 

 

어느 새가 물고 왔나, 묵주알 만한 씨앗 하나

집 떠난 내 대신 친정집에 눌러 산다

아버지 수술한 등에 철심처럼 박혀 산다

 

종갓집 오대 내력 유서처럼 다시 본다

서울에서, 서귀포에서 모여든 이 기일에

숟가락 그 빈자리를 채우는 생을 본다

 

뿌리도 시린 잠에 파르르 떨고 나면

전화 벨소리로 전율하듯 봄이 또 온다

내 뻗은 그 긴 가지에 악수 한 번 하고 싶다

 

 

 

아버지의 귤나무

 

 

새순이 돋는 날은 탁주생각 나신 걸까

삼천 펑 섭섭한 터에 귤꽃 저리 환한 날

바람에 비틀 걸음이 지는 해를 지고 간다

 

일본에서 건너 온 지 삼십년 된 귤나무

할머니 숨비소리 그대로 묻어 있기에

전정도 망설여지나 대책 없는 저 도장지

 

한번쯤 불심검문 걸려들고 싶은 이

사월의 곁가지도 댕강댕강 잘려갔다

다시 또 밀항을 꿈꾸나 땅위로 솟은 뿌리

 

 

 

집게1

 

 

 

어떤 바다 어떤 인연인지 저 사수포구는

비행기 뜨고 지고, 집 한 채 꿈 뜨고 지고

활주로 이탈한 파도 집어등을 켜든다

 

포구 돌틈 사이 내 손에 쥐어진 인연

꼼지락 꼼지락대는 집게발 게들레기

밤사이 잠 못 든 아이 발가락 꼼지락대듯

 

아들이 돌려보낸 집게를 반겨 맞아

선천성 심장병으로 출렁이던 저 바다도

이윽고 빚을 갚은 듯 다시 뜨는 수평선

 

 

 

집게10

 

 

 

그 많던 십자가는 어디로 밀려났나

봉천동 내가 살던 옛 건물 흔적 없고

재개발 농성 하던 자리 고층 건물 들어서따

 

하늘에 걸린 십자가

어느 골목 또 찾았는지

 

취한 도시 차 밑에

귀가 못한 가장의

 

한 켤레 지친 구두가

제집인양 가지런하다

 

 

 

영락리 방사탑

 

 

 

손 같은 밥주걱을 탑 밑에 묻어 놓고

한층 더 바다 가까이 보초 세운 까마귀

영락리 저 방사탑은 나를 지켜 키웠다

 

바닷길 거센 폭풍 그마저 잠재우고

간절한 내 소원도 두 손 모아 빌어본다

아들의 허한 심장에 사랑 하나 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