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최양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1.21 19:4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390

최양숙.jpg


------------------------

최양숙

광주광역시 출생

1999년 <열린시조> 봄호 등단

2015년 광주전남시조시인협회 시조문학작품상 수상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회원

------------------------

 

 

활짝 피었습니다

 

 

 

수시로 혈압 재고

맥박 수 체크하고

 

이완제 맞고서야 아슬아슬 풀리는 봄

 

난간에

민들레 홀씨

후후 불어 만나는 봄

 

그대는 어디만큼

피어오고 있나요

 

거리마다 수만 송이

속삭이며 지나가고

 

나 오늘

견디다 못해

활짝 피었습니다만,

 

 

 

달팽이 집 나가다

 

 

 

긴 가뭄 흙덩이들 반란이 시작된다

 

 

뭘 먹여 꽃 피우지 어떻게 갈아엎지

 

 

아뿔사

 

 

물 동냥 가셨나

 

 

빈 집만 가물거리네

 

 

 

밥그릇

 

 

 

몇 년째 풀지 못한 짐들을 내려놓고

남편은 옹색하게 푸시시 웃었다

줄줄이

보자기 안에

식속들 따라왔다

 

숟가락 찌그러진 냄비 주전자 근심 한 솥

아침이면 저들처럼 새 일터로 갈 것이다

참으로

변하지 않는

비정규직 여래다

 

구겨진 옷을 벗고 절은 땀 물에 헹구며

밥 한 그릇 시래기 국에 말없이 말아 먹는다

나는 저

밥그릇 뒤에서

참 편히도 살았다

 

 

 

조류상회

 

 

벗어나고 싶을 때는

물똥을 싸기도 하고

 

눈물을 닦는 날은

위염을 앓기도 한다

 

외톨이

참새 돌아와

쪼그리고 앉는다

 

우리를 막는 벽은

아주 가는 창살이다

 

닫힌 세상 사이로

가엾은 등을 대자

 

익숙한

살내가 난다

둘이라서 따숩다

 

 

 

고드름

 

 

 

처마에 서로 만나

 

 

깃들어 사는 동안

 

 

외롭고 차가울수록

 

 

뜨겁게 자라나서

 

 

뿌리가

 

 

드러날 때까지

 

 

붙들려 산

 

 

한 여인

 

 

 

출구는 있다

 

 

둘둘 말린 잎 안에서 얼굴만 쏙 내밀고

이참에 갈까 말까 머뭇대는 자벌레

살며시

밖으로 나와

찌는 햇살 등에 진다

 

한 걸음 갈 때마다 한나절이 잘려 나가고

가시덤불 길을 바꾸는 어두운 숲의 정수리

그 안에

슬쩍 들어가

보석처럼 구부린다

 

 

 

흘러가고

 

 

산 위로 저 구름만 흘러갈리 없다

풀씨 문 한 마리 새

울음보

젖은 가슴

가서는

오지 않는 것들

지친 약속

가을 밤

 

구름이 저 산만 넘어갈리 없다

작은 냇가 돌무더기

해질녘

카페 소와르

집 나와

앉아 있던 정유장

다리 건너

외딴집

 

 

 

첫눈

 

 

살짝 웃는 하얀 이와

처연한 눈빛까지

 

아주 잠깐 다녀갈 듯

문밖에 서성일 때

 

그토록

파고들었던

너의 몸을 받는다

 

 

 

바람집

 

 

어느 한 곳 둘 데 없는 마음 들고 그 집 간다

낡은 양철 지붕 아래 녹이 슨 바람이

무너진

담장 밖으로

종 소리를 풀고 있다

 

무엇인가 놓아버린 물망초 흩어져 있고

후드득 떨어진 내가 나를 줍는 동안

고요가

산으로 앉은

바람집을 떠난다

 

 

 

불현듯

 

 

 

낙엽 한 장 밟아 놓고

발끝이 움찔한다

 

금이 간 붉은 잎이

사력을 다해 웅크린다

 

가을이

가지 못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