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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소해 시조시인 작품방 01 등록일 2017.11.28 15:0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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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남해 출생
1983년 <현대시조>천료

198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조집<치자꽃 연가>, <흔들려서 따뜻한>, <투승점을 찍다> 

성파시조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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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희디 흰 가을 햇살 약손이 되던 날

 

 

숨겨 둔 상처거나 장롱 속 눈물 까지

 

 

꺼내어

 

 

말리라 한다

 

 

옥양목 홑청처럼

 

 

 

자갈치

 

 

 

사는 일 아프거든 자갈치에 와 보시게

사유 깊은 그대 심상 짐이 되면 부디오게

올 때는 빈손으로 오게

빈 그릇 빈 마음

 

어판장 돌아 나온 향수 묻은 뱃고동

첫 새벽 열고 오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

내 더는 권하지 않겠네

오던 길 되돌아가든

 

반세기 품어 온 삶 아니리*로 풀어내면

시든 가슴 그대 심장 박동소리 들리겠네

돌아갈

저기 충일한 길

말言은 두고 가시게

 

 

 

*아니리: 판소리에서 창 唱을 하는 중간에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 부분

 

 

 

출항

 

 

 

이 힘찬 파도 앞에 바다가 일어설 때

문득 솟아오른 고향집 큰 감나무

강한 듯

더욱 강한 듯

들리는 아버지 음성

 

무병베 한 필쯤은 짤 수 있고말고

대퉁소 한 곡이야 신명나게 볼 수 있지

아들아

너도 할 수 없으랴

네 손을 기다리는 노櫓

 

 

 

하늘빗장

 

 

 

어디에 신은 계신지 알 지도 못하지만

아들의 가는 길에 한 그릇 찬물이나마

밝히어

부탁할 수 있다면

빌고 또 빌 뿐입니다

 

심장의 무게가 고작 깃털 하나일진대

영혼의 무게는 어느 저울입니까

그 저울

찬물 한 그릇에

밝아오는 동녘하늘

 

저 깊은 저울 위에 송두리째 얹습니다ㅏ

새벽빛 찬물의 무게 산처럼 높습니다

마침내

당신 기도에

풀려오는 하늘빗장

 

 

 

무화과

 

 

 

꽃 속에 말이 있어

 

 

펼치면 흠이 될까

 

 

숨겨도 진한 향기

 

 

소리보다 멀리 간다

 

 

익어서

 

 

가 닿으리라

 

 

몸으로 쓴 네 문장

 

 

 

 

가족

-이규옥 유작전

 

 

 

가족이란 그렇구나 수레를 함께 미는 것

보따리 허름하나 이삿짐은 많을밖에

식구들 여섯이나 밀어

아버지 견딜 만하다

 

수레 끝에 태운 아이 등에 업힌 젖먹이도

제 나름 힘을 보태 바퀴 한결 가볍다

저마다 땀방울 하나씩

이마에 달고 있다

 

 

 

유배지에서의 하룻밤

 

 

나 이제 돌아왔네 지친 항해 끝나는 여기

연실같이 풀어내어 밤새운 이야기들

만선은 아닐지라도

기다리는 그대 있어

 

심신의 닻을 내리고 쉬어도 좋겠네

파도가 읽어주눈 잠언을 들어보게

목울대 적막의 세상도

간이 들어 삼삼하다

 

바다가 경영하는 먼지 낀 가내공업

밤새운 잔업에는 노사가 따로 없다

목숨 줄 유배에 닿으면

서로서로 등 기댄다

 


 

가을, 은행나무

 

 

 

간다간다 하면서 아이 셋 낳는다 했나

 

 

마음 아파 둘 데 없을 때 고작 청소나 하던

 

 

그 여자

 

 

물색도 곱게

 

 

금혼식이 눈부시다

 

 

 

정방폭포, 어쩌면

 

 

 

풀지 못해 얽힌 매듭 여기 와서 풀어내리

 

 

곤장 내리 쏟아 그대로 바다 난간

 

 

어쩌면 천길 단애도 벼랑끝의 울음이다

 

 

 

그랬다, 숨기지 못해 주상절리 벼랑이 높다

 

 

깊은 속 용암이 녹아 한내*에는 은빛 물기둥

 

 

무지개 혼으로 살아 한라에 걸어둔다

 

 

 

*정방에는 4.3의 아픈 역사가 숨겨있다.

 

 

 

붉은 방점

 

 

 

그러고 보니 여름 꽃들은 붉은 수밖에 없네

채송화 맨드라미 장미 밭 옆 봉선화까지

더 붉게 타오르는 태양

그 방점을 찍은 꽃

 

수박 속 붉은 가슴 붉은 생을 열어놓고

속엣 말 타는 갈증 시원하게 다스린다

삼복의 한가운데를

꾹, 찍고 가는 붉은 방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