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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경남신문>, <서정과 현실>로 등단
2015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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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커튼이 내려오며 연극은 끝이 났다
느닷없이 통보받은 이별의 그날처럼
관객도 주인공도 이젠
내 몫이 아니란다
함부로 탕진해 버린 시간의 얼룩들로
너무 일찍 마감된 내 삶의 에필로그
어둠에 갇힌 오늘이여
기다린다
커튼 콜
은밀한 수다
침묵은 금이라는 매서운 가르침과
칼보다 붓이 더 강하다는 자부심이
은밀히 수다를 창조했다
스마트한 삶의
시작이다
장소불문 시간불문 소환되는 수다는
문자로 쌓아가는 난공불타 요새 같아
압축된 이모티콘의 표정
더욱 은밀해진다
선물
봄 햇살 잘강이는
부추 한단 사왔다
달팽이 몇 으늑하게
꽃잠에 들어 있다
느껍다
날것들의 동거
과분한 덤을
받았다
홀 로 그 램
붉은 눈알을 달고 질주하는 25번 국도
풍경을 지우며 어둠이 밀려온다
불빛은 날을 세우지만
어둠의 막장
깊다
길가에 줄지어 선 토기와 곰, 호랑이
어둠을 가를 때 마다 불빛 속을 튀어 올라
꼬리에 가격표 달고 목숨을 흥정한다
산에서 사라진 동물들의 아크로바트
얼룩무늬 갈기가 날려오다 지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문 나도
공중부양 중이다
꿈의 오류
아침엔 버스정류장 오후엔 공원벤치
한 끼 양식을 위한 날개 짓은 비루해
당당히 걸어서 온다
빨간 구두
엣지있게
평화의 전령사란 한 때의 명예가
누군가 침을 뱉는 닭둘기로 전략해도
달콤한 도시의 성찬
더 이상 날개는
없다
뿌리가 되다
장식장에 올려놓은 늙은 호박 한 덩이
계절 몇 거느리며 위풍이 당당하더니
가슴이 문드러진 듯 진물 흘러 나온다
풋콩 같은 자식들 배불리 먹인 뒤
껍질만 남았던 어머니 젖무덤처럼
스스로 제 몸을 썩혀
땅이 되고 뿌리 되었다
따스한 양수에 젖은 오동나무 장식장도
가부좌 튼 무릎으로 햇살을 품어 안고
오디빛 젖꼭지를 물린다
봄볕이 성큼,
자란다
꼬리를 잡다
봄날의 간이역엔 사람도 꽃이 된다
꼬리에 꼬리 물고 소풍 온 아이들
환하다
사태 난 웃음꽃
기차보다 더 길다
나도 오늘 슬며시 저 꼬리 잡고가면
시간의 문장들로 주름 진 내 삶에도
웃음꽃 지절대겠다
봄날 다시
오겠다
7월
자작나무 이파리
부쩍 물이 오릅니다
몸이 달은 건들바람
들며날며
놀을 겁니다
아닌 척
시치미를 떼도
숲속은 목하
열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