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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주경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2.03 09:0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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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경

경남 밀양 출생

2013년 <경남신문>, <서정과 현실>로 등단

2015년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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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내장

 

 

 

커튼이 내려오며 연극은 끝이 났다

느닷없이 통보받은 이별의 그날처럼

관객도 주인공도 이젠

내 몫이 아니란다

 

함부로 탕진해 버린 시간의 얼룩들로

너무 일찍 마감된 내 삶의 에필로그

어둠에 갇힌 오늘이여

기다린다

커튼 콜

 

 

 

은밀한 수다

 

 

 

침묵은 금이라는 매서운 가르침과

칼보다 붓이 더 강하다는 자부심이

은밀히 수다를 창조했다

스마트한 삶의

시작이다

 

장소불문 시간불문 소환되는 수다는

문자로 쌓아가는 난공불타 요새 같아

압축된 이모티콘의 표정

더욱 은밀해진다

 

 

 

선물

 

 

 

봄 햇살 잘강이는

부추 한단 사왔다

 

달팽이 몇 으늑하게

꽃잠에 들어 있다

 

느껍다

날것들의 동거

 

과분한 덤을

받았다

 

 

 

 

홀  로  그  램

 

 

 

붉은 눈알을 달고 질주하는 25번 국도

풍경을 지우며 어둠이 밀려온다

불빛은 날을 세우지만

어둠의 막장

깊다

 

길가에 줄지어 선 토기와 곰, 호랑이

어둠을 가를 때 마다 불빛 속을 튀어 올라

꼬리에 가격표 달고 목숨을 흥정한다

 

산에서 사라진 동물들의 아크로바트

얼룩무늬 갈기가 날려오다 지원진다

꼬리에 꼬리를 문 나도

공중부양 중이다 

 

 

 

꿈의 오류

 

 

 

아침엔 버스정류장 오후엔 공원벤치

한 끼 양식을 위한 날개 짓은 비루해

당당히 걸어서 온다

빨간 구두

엣지있게

 

평화의 전령사란 한 때의 명예가

누군가 침을 뱉는 닭둘기로 전략해도

달콤한 도시의 성찬

더 이상 날개는

없다

 

 

 

 

뿌리가 되다

 

 

 

장식장에 올려놓은 늙은 호박 한 덩이

계절 몇 거느리며 위풍이 당당하더니

가슴이 문드러진 듯 진물 흘러 나온다

 

풋콩 같은 자식들 배불리 먹인  뒤

껍질만 남았던 어머니 젖무덤처럼

스스로 제 몸을 썩혀

땅이 되고 뿌리 되었다

 

따스한 양수에 젖은 오동나무 장식장도

가부좌 튼 무릎으로 햇살을 품어 안고

오디빛 젖꼭지를 물린다

봄볕이 성큼,

자란다

 

 

 

꼬리를 잡다

 

 

봄날의 간이역엔 사람도 꽃이 된다

꼬리에 꼬리 물고 소풍 온 아이들

환하다

사태 난 웃음꽃

기차보다 더 길다

 

나도 오늘 슬며시 저 꼬리 잡고가면

시간의 문장들로 주름 진 내 삶에도

웃음꽃 지절대겠다

봄날 다시

오겠다

 

 

 

7월

 

 

 

자작나무 이파리

부쩍 물이 오릅니다

 

몸이 달은 건들바람

들며날며

놀을 겁니다

 

아닌 척

시치미를 떼도

 

숲속은 목하

열애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