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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조한일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08.21 10:4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814


조한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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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일

제주 하귀 출생

2011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현대사설시조포럼,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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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못을 줍다



갈바람이 버려진 널 그렇게 흔들어놓아

길가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더라도

다 알아,

휘어지지 않는

한 방을 기다리는 널


뒤통수 맞고 사는 게 너뿐이라 생각 마라

뼈마디 휘어가며 붙드는 소용돌이에도

가슴엔

별수 잔정들이

헛도는 거란 말이야



경첩





당신에게 들어가는 문

수천 번 여닫혀도


높이가 맞지 않는

두 어깨를 이어 온


나비가

바르작대며

허공에 붙어있다


한쪽도 놓지 못하는

시곗바늘 궤적처럼


당신 손잡고 건널 돌다리

곱다시 놓고 싶다


풀리면

다시 조이는

끝없는 합장 같은



치간 칫솔



해서는 안 되는 말 진종일 내뱉었지

사기질 치아 사이 길을 내고 있노라니

한밤중 화장실에서 군말들이 나뒹군다.


생각 없이 쏟아낸 말 이 악물고 삼켰어야

되는대로 나오는 말 잇몸으로 막았어야 

오늘도 치간 치솔은 언어들을 체질한다.



갓털



어머니,

흰 솜옷 입고

봄나들이 오셨나


어젯밤 비바람을

홀로 견딘

민들레


바람결

흘리는 갓털이

살포시 손등에 앉네



목수와 트럭



힘줄 선 목수 김 씨의 오선지 같은 저 팔뚝

오늘도 툭탁툭탁 4분음표 못을 박으면

한평생 한 박자로 부르는

노동요가 들린다


길모퉁이에 웅크렸던 1톤 트럭 그 이마엔

부적처럼 주차 위반 딱지 배짱 좋게 버티고

크르릉 시동 소리에

안마의자 들썩인다



탑바리에서




미역 넌 방파제를 파도가 와락 넘어와


세 들어 살고 있던 부잣집 넓은 마당이


한순간 바다로 변하면

섬이 되던 어린 나


앞바다 먹돌밭이 눈부신 여름날엔


그 섬에 다닥다닥 기웃대던 보말과 게


저만치 칠순의 숨비소리

호이호이 들려온다



시조를 따다



시 한 줄

쓰다가

명치쯤 걸린

조사助詞 하나


뱉기도

삼키기도

난감한 초여름 밤


콕, 콕, 콕

손가락 따듯

밤새

별을

따야지



창고형 인간



누가 날 도매점에 납품해주면 좋겠다


쇼핑카트 하나 끌고 내 심장의 바코드에


빨간빛 가로줄 새겨 따따블 포인트 가져가라


사다리로 올라가 손닿지 않아 먼지 낀


유통기한 임박한 재고품 땡처리 하듯


창고형 대형마트에 진열된 반듯한 나




횡재



어젯밤 친정에서

돌아온 지친 아내가


밀린 빨래 개다가

주머니에서 건진 만원


횡재다!

살면서 이런 일

다반사로 생겼으면



견인되는 젊음



견인차에 끌려가는

고장 난 차 지붕 위로


뛰어내린

낙엽 한 잎

어디로 가려하나


모두가

못 본 척한다


우리 젊음이

그러하다



시월엔



시 쓴다고

앓는 소리

입 밖에 내지 말라


언제나

독감처럼

스쳐 갈 그 시詩월엔


한동안

'시'름'시'름 하며

자벌레로 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