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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일
제주 하귀 출생
2011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제주시조시인협회, 제주작가회의,
현대사설시조포럼,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으로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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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못을 줍다
갈바람이 버려진 널 그렇게 흔들어놓아
길가에 낙엽처럼 뒹굴고 있더라도
다 알아,
휘어지지 않는
한 방을 기다리는 널
뒤통수 맞고 사는 게 너뿐이라 생각 마라
뼈마디 휘어가며 붙드는 소용돌이에도
가슴엔
별수 없는 잔정들이
헛도는 거란 말이야
경첩
당신에게 들어가는 문
수천 번 여닫혀도
높이가 맞지 않는
두 어깨를 이어 온
나비가
바르작대며
허공에 붙어있다
한쪽도 놓지 못하는
시곗바늘 궤적처럼
당신 손잡고 건널 돌다리
곱다시 놓고 싶다
풀리면
다시 조이는
끝없는 합장 같은
치간 칫솔
해서는 안 되는 말 진종일 내뱉었지
사기질 치아 사이 길을 내고 있노라니
한밤중 화장실에서 군말들이 나뒹군다.
생각 없이 쏟아낸 말 이 악물고 삼켰어야
되는대로 나오는 말 잇몸으로 막았어야
오늘도 치간 치솔은 언어들을 체질한다.
갓털
어머니,
흰 솜옷 입고
봄나들이 오셨나
어젯밤 비바람을
홀로 견딘
민들레
바람결
흘리는 갓털이
살포시 손등에 앉네
목수와 트럭
힘줄 선 목수 김 씨의 오선지 같은 저 팔뚝
오늘도 툭탁툭탁 4분음표 못을 박으면
한평생 한 박자로 부르는
노동요가 들린다
길모퉁이에 웅크렸던 1톤 트럭 그 이마엔
부적처럼 주차 위반 딱지 배짱 좋게 버티고
크르릉 시동 소리에
안마의자 들썩인다
탑바리에서
미역 넌 방파제를 파도가 와락 넘어와
세 들어 살고 있던 부잣집 넓은 마당이
한순간 바다로 변하면
섬이 되던 어린 나
앞바다 먹돌밭이 눈부신 여름날엔
그 섬에 다닥다닥 기웃대던 보말과 게
저만치 칠순의 숨비소리
호이호이 들려온다
시조를 따다
시 한 줄
쓰다가
명치쯤 걸린
조사助詞 하나
뱉기도
삼키기도
난감한 초여름 밤
콕, 콕, 콕
손가락 따듯
밤새
별을
따야지
창고형 인간
누가 날 도매점에 납품해주면 좋겠다
쇼핑카트 하나 끌고 내 심장의 바코드에
빨간빛 가로줄 새겨 따따블 포인트 가져가라
사다리로 올라가 손닿지 않아 먼지 낀
유통기한 임박한 재고품 땡처리 하듯
창고형 대형마트에 진열된 반듯한 나
횡재
어젯밤 친정에서
돌아온 지친 아내가
밀린 빨래 개다가
주머니에서 건진 만원
횡재다!
살면서 이런 일
다반사로 생겼으면
견인되는 젊음
견인차에 끌려가는
고장 난 차 지붕 위로
뛰어내린
낙엽 한 잎
어디로 가려하나
모두가
못 본 척한다
우리 젊음이
그러하다
시월엔
시 쓴다고
앓는 소리
입 밖에 내지 말라
언제나
독감처럼
스쳐 갈 그 시詩월엔
한동안
'시'름'시'름 하며
자벌레로 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