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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두애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10.05 18:0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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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애

 

1967년 부산에서 태어남.

2004년 밀양아리랑 대축제 백일장 장원(시)

2006년 개천문학상(수필) 수상

2010년 <한국수필> 신인상

2012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산문집 <흑백추억>(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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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포드

 

 

쪽빛 바다 질러서 여자들이 누운 듯

토실한 허벅지를 벌리고서 요염하다

뿔이 난 가랑이 사이로 주책없는 바람이

 

아랫도리 사이사이 균열 간 실금들

숨겨도 숨길 수 없는 도드라진 상처로

그 여자 돌아누워서 울고 있는 모습이다

 

바다에 빠진 나선裸跣 경계하며 밟는다

속울음 참다 참다 들려오는 설법 소리

네다리 육체 사이로 철썩이는 해조음 海潮音

 

육중한 뼈마디 파고드는 채찍에도

엇갈린 삶의 무게 고스란히 안고서

방파제 테트라포드 뒤엉켜 젖고 있다

 

 

 

노인과 폐지

 

 

허기를 채우듯

골목골목 어슬렁이다

어두운 새벽에도

노인은 죽보 주워

달동네

대문 앞에는

종이탑이 꽁 묶였다

 

무너진 절망들을

차곡차곡 개비더니

굽은 허리 펴고 펴서

기단 쌓은 공든 탑

노인은

보이지 않고

보름달만 휘영청

 

 

 

미장원에서

 

 

 

자주 가는 미장원 메인 의자 바닥은

알 수 없는 신대륙이 선명하게 그려진

바다도 산맥도 없는 재미있는 회색지도

 

머리를 자르러 온 손님들 발자국과

미용사 신발 자국 수천 번 왔다 가고

지도는 커져만 가고 미용사는 드바쁘다

 

대륙에 놓여진 회전의자 사랑방은

이 세상 소식들이 잔물결로 출렁이다

민들레 꽃씨들처럼 멀리멀리 날아간다

 

 

 

공생共生

 

 

 

진흙탕 구덩이를 아침 내내 행군하고

잘록한 가는 허리 등에 업힌 진드기

살포시 배추 잎사귀에 조심스레 눕혀둔다

 

부모도 아니면서 도타운 모성으로

연약하고 다리 없는 작은 몸 수족 되어

진드기 온몸 배설물 받아먹는 작은 개미

 

농부는 가을 들녘 가로질러 김매고

일상을 이어가는 해충들의 종족 번식

자연은 천연덕스럽게 의지하는 관계다

 

 

 

포구의 눈물

 

 

 

배 한 척 떠나니

정박된 배 울어 댄다

 

여진이 일어난 듯

포구는 일렁일렁

 

어미니 떠나는 자식

허기 채워 밀어내듯

 

 

 

어떤 망치질

 

 

 

인력시장 망치질

여전히 서둘러도

 

벽돌을 깨면서

나 자신도 깨우는 듯

 

아버지 깰 수 없는 상처

응어리 풀듯이

 

모질게 다독이고

매질하는 하루하루

 

손바닥 피멍들은

새살 돋듯 자리 잡고

 

해질녘 망치 대신한

하루 품삯 들었다

 

 

 

모과

 

 

 

가을 끝 노란 원피스 햇살 아래 웃고 있따

구린내도 향내 되어 유혹하는 얼굴로

밤마다 눈과의 동거 깊어지는 사이다

 

평퍼짐한 배꼽에 갈색 반점 상처는

자존심 움켜쥐듯 짙디짙은 단내로

가엽다 몸살 앓는 밤 스스로를 죽인다

 

한 줌의 둥근 자태 순종의 향 피운다

타버린 굳은 몸에 뿌연 화장 하고서

잔인한 침묵 앞에서 향기 품은 검은 몸

 

 

 

응급실의 하루

 

 

 

커튼 막 드리워진 허술한 경계 안에

눈뜨면 안개 속에 한사람 선명ㅎ라다

누군가 잡아주는 손 놓지 않고 울었다

 

투명한 수액만이 똑 똑 똑 떨어진다

한 방울에 해독되길 기다리는 간절함

저마다 침대 위에는 아우성치는 몸부림

 

윗도리 아랫도리 벗겨진 게 본능인 양

두려운 고통 앞에 부끄럼도 풀어버린

분주한 생사의 길목 한계선은 하루였다

 

 

 

독거노인

 

 

 

독거노인 들려주신 늙은 호박 이야기

 

호박은 늙으면 때깔좋고 단맛 나고

 

새댁아 사람 늙으면 쓸데없고 흉하다

 

우리들 살아봐야 호박보다 처량타

 

떡하고 죽 끓이고 씨앗까지 말리지

 

방안에 늙은 호박 두고 영영 잠든 할머니

 

 

 

날개 없는 새

 

 

 

둥글게 경직되어 들판에 앉아있다

 

긴 채로 한 대 맞자 높이 나는 새 되지만

 

스스로 날 수 없는 새 연못에 빠지고 만다

 

날다가 떨어지고 또 맞고서 떨어진 공

 

누구든 세상 살다 장애물을 만나지만

 

때로는 깊은 사막에 고립되어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