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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숙경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7.01.17 22:29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105

=========================차 례=====================================

+ 이숙경 시인 시집 <파두>에서+

둑길/ 파두/ 가을편지/ 서빈백사/ 적천사 은행나무/ 구슬바위솔/ 폭포/ 가을저녁/  구름의 말/ 새벽 네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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둑길



강물에 헹구어낸 초록 머릿결따라

비탈진 삶에도 설렘이 일고 있다

 

흰나비

나풀거리며

그어대는 포물선

 

짙푸른 바람 한 자락 바랑에 짊어지고

가만가만 실눈으로 질경이 밟고 가는 길

 

하늘이

구름을 풀어

그만 아득해진다

 

 

파두


 

켜켜이 뜯어내 기타에 묶인 시신경

불어난 울음 밤새도록 범람하는 파두를

그렇게 움푹진 가슴에 넘치도록 받아요

 

수혈 받은 노랫말이 혈액형에 맞을까요

끝끝내 거부하면 각혈할 수도 있겠지만

때로는 눈부시답니다 미어지는 그 소리

 

허물 벗은 운명에 덧씌우는 긴 숙명

벗어도 그대로인 것 이제는 알았겠죠

그 봐요 달아나는 대신 온몸 젖어야 했어요

 


 

가을 편지


 

가을벼테 마블링된 잎새마다 보인다

연한 물이 올라 이내 마르고 있는

어룽진 나무꼅질에 이따금 새기는 안부

 

포란 저고리 안섶 꽃씨 몇 줌 간직한

샐비어빛 웃음 바람결에 흩날릴 즈음

내 마음 마블링되어 저리 타오르는 저녁

 

 

 

서빈 백사


 

바람은 활이 되어 겨울바다를 켭니다 가락에 나부끼

는 에머랄드빛 치맛자락 버선코 들며나면서 물방아질

휘파람소리

 

산호무리 죄다 흔들어 자맥질로 끌어내고 내달은 간

조 해변에 염장한 하얀 절개 심연을 모반한 참회 발톱

속을 파고듭니다

 

 

 

적천사 은행나무

 


팔백 년 나이테에 바람이 가사 두르고

은행잎 잎파랑이 노릇노릇 설법 익어

적천사 오가는 대중 바라보는 경전티다

 

가지마다 꿈을 꾸는 저 자바라 순음을 내어

비구름 몸풀이한 하늘에 열반하고

산사에 향기 나는 소리 길허리를 감는다

 

구원을 받으려는 이 질척한 고행길로

반기지도 내치지도 않는 적막을 짚고 와

이년은 온 데 간 데 없고 풍경만이 흔들린다

 

 

구슬바위솔


 

보면 볼수록 슬며시 본다

작은 세상 여닫는 숨결

 

찻잔에 올려놓은

설익은 내 마음도

 

바위솔,

소담한 눈빛

너를 보면

일렁인다

 

 

 

폭포


 

찢겨진 상소문이 흩뿌려져 날리는 듯

 

지축 내리 누르는 천의 말발굽 소리

 

가슴을 짖누르는 밤 흉통 도져 치받칠 때

 

연한 속살에 이는 은밀한 모반의 기운

 

치솟는 자존의 정수리 더 이상 누를 길 없어

 

마침내 추상가은 격정 순교 당하는 저 벼랑

 

 

 

 

가을 저녁

 

 

1

 

사윈 붓 한 자루 적막 속에 남기고

토르소가 되어버린 활엽수의 저물녘

시간의 바퀴살에 채여 흔들리고 있다

 

2

 

전지되어 흩어진 갖은 마음의 허물들

빼곡이 추슬러 담아 푸른 별로 뜨는 저녁

바람은 낮은 데로 내려가 이른 잠에 드는데...

 

 

3

 

돌담에 기댄 채로 마르고 있슨 수숫대들

이젠 무엇으로 남아 홀로 흔들려야 하는지

온몸에 파고드는 어둠 파르르 떨고 있다

 

 

 

구름의 말

 


벌 나비 찾지 않는

향기 잃은 무채색 꽃들

 

시리도록 푸른 늪에 검버섯처럼 돋아올라

 

이따금

터뜨리는 울음

봄 산비탈 적신다

 

 

 

 

새벽 네 시

 

 

 

반항할

겨를도 없이

어둠 속에 내몰렸다가

 

또 한번 어쩔 수 없이 맞는 미명의 연푸른 길목

 

두 손에

그 빛 움켜쥐고

눈을 내려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