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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달균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3.02 11:0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232

===========================차  례===================

북어/ 장마당 풍경/ 난중일기 1/ 유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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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어

이달균

 

 

못에 찔려 잠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좌판 위 마른 북어의 정물처럼 차갑게 누워

 

가슴을 짓밟고 가는 구두소리를 듣는다

 

뚜벅뚜벅 그들처럼 바다에 닿고 싶다

 

아무렇게나 밀물에 언 살을 내맡겨 보면

 

맺혔던 실핏줄들이 하나 둘 깨어날까

 

내 꿈은 북(北)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하얗게 녹슨 생각들이 부서져 쌓이는 밤

 

뜨거운 피를 흘리며 깊은 잠에 들고 싶다

 

 

 

장마당 풍경

 

 

 

어느덧 해는 뉘엿

 

산 그림자 내려온다

      

 

마음 둔 청춘 남녀

 

스리슬쩍 다가서고

 

 

저만치 횃불 그림자

 

사람들은 너울너울

 

    

거, 앞에 키 큰 양반 

 

고개 좀 숙여 보소

    

 

섬에 나고 섬에 자라

 

이런 구경 처음이오

 

 

막걸리 동이째 내온

 

객줏집 인심도 좋아

    

 

어디서 두런두런

 

쇠판 돈 털렸다네

    

 

먼 곳 악다구니

 

괭쇠 소리에 잦아들고

    

 

춤판은 무르익는데

 

돌아갈 집은 멀다

 

 

 

 

난중일기 1

 

- 통영 세병관에서 적조를 아룀.

 

 

 

대감, 그곳 소슬한 청죽바람은 여전하온지요? 전하께옵서 기우제 드린 소식은 접했으

 

나 이 남도 균열의 대지엔 미금만 풀썩입니다.

    

 

삼복염천을 나면서 이렇게 지필묵 놓고 글 올리는 이즈음이 매양 우울해서인지 한여름

 

고뿔이 찾아와 요 며칠 고생 중입니다.

   

 

문득 임진년 대승첩이 떠오릅니다. 아무리 왜적이라지만 떠오른 주검 앞에서 승전의

 

축하일배주는 허할 수 없나이다.

    

 

오늘 한산 바다는 동백이 지고도 한참, 다홍빛 저 붉음을 어찌 꽃답다 하겠습니까. 떠오

 

른 고기들의 울음이 놀빛인 양 서럽습니다.

    

 

두창 뒤에 따라온 검붉은 호열자처럼 창궐한 떼죽음을 어이 필설로 다하오리까. 이럴

 

땐 목민의 자리가 죄스러울 뿐입니다.

   

 

세월을 당겨서 은하도 가까워진 오늘, 저 붉은 뉫 살을 대적할 무기가 벽방산 무릎을 파

 

낸 한 줌 황토뿐이라니.

 

 

한 차례 태풍이라도 다녀가시면 모를까 의서에도 이 병의 처방이 묘연타 하니 이만큼

 

차오른 울화만 다독일 뿐입니다.

 

 

 

 

유품

 

 

 

유품은 더 이상 죽은 자의 것이 아니다

 

길바닥에 버려진 흙 묻은 개의 주검처럼

 

한 켤레 낡은 구두로 생애를 정의한다

 

 

떠도는 말씀은 여우비에 씻겨 가리라

 

아무도 마지막 종을 울리지 않았지만

 

여운이 사라지기도 전 싸늘히 잊혀 진다

 

 

하지만 깊은 밤 촉 낮은 불을 밝히고

 

가슴으로 써내려간 한 권의 일기장

 

이보다 품격을 더한 유품이 어디 있으랴

 

 

남긴 것도 뿌린 것도 초라한 이름이지만

 

그는 청천하늘의 뇌성병력을 가졌고

 

애잔한 파도소리도 함께 가진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