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이일향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3.11 15:2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07

======================차  례=====================

정원반석庭園盤石/ 벌목장伐木場에서/ 엽서/ 돌아가는 길 4/ 해와 달 새겨 넣고/ 름 동행同行/ 우렁이의 노래/ 

===============================================

정원반석庭園盤石

 

 

정주면 환한 살결 눈길 주면 젖은 바람

세월을 주름잡듯 벌레 한 마리 기어가고

내 뜰에 옮겨 온 수십년

돌도 이젠 말을 건넨다

 

세월도 금이 가는가 풀씨 하나 자라나서

그 풀씨 가녀린 잎에도 이슬방울에 올라붙고

갈수록 생각은 무거워

나이테는 또 아파라

 

달빛 내리는 밤은 솔삭마저 밝혀들고

속으로 다지는 마음 나를 불러 뜰에 내린다

가만히 손길 닿으면

석향錫香마저 묻어 났어라

 

 

벌목장伐木場에서

 

 

원목이 쌓인 벌목장 하늘도 더미로 쌓였다

내 가슴은 노목이 되어 구멍이 숭숭 뚫리고

기운해 찬바람 소리가

피리를 불고 있다

 

나무들 푸르른 고뇌 고즈넉이 숨죽이고

산울림 가로누운 채 수액樹液도 눈 감았다

다음날 내비칠 문양

다듬어진 질양이여

 

한 생을 잘라내면 장목長木 만한 길이 인데

비 젖은 원목장原木場에 하루 해가 질척인다

예순 해 높이로 쌓이면

그 무게를 어이리

 

 

엽서

 

 

서울 종로구 사직동 262-25번지 이 일향 앞

 

낯 익은 만년필 글씨 검은 소인 직혀있는

 

주소를 모르는 그 사람의 엽서를 받고 싶다

 

"안부 늦었네요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아무 뜻 없어도 글자 속을 읽고 또 읽을

 

세월의 저족에서 보내온 엽서 한 장 받고 싶다

 

 

돌아가는 길 4

 

 

어쩌다 이 세상 와서

나는 혼자 앉았는가

기다려도 오지 않을

그 세월을 등에 지고

지는 잎

바람에 날리며

빈 하늘만 지키는가

 

걸어 온 길 다 묻히고

가야 할 길 기약 없다

서산없어 가는 해도

눈시울이 젖었는가

가다가

뒤돌아보며

차마 재를 못 넘는다

 

 

해와 달 새겨 넣고

 

 

인왕산 닮은 산세 돌 한 덩이 얻으려고

나는 지팡이 이끌고 서른 봄을 헤맸어라

해와 달 다 새겨넣고

내 사랑도 새겨넣고

 

아무리 산이 높아도 구름은 누워 넘는데

나는 왜 앉아 있어도 네 생각을 못 는가

뻐꾸기 목 메이지 마라

푸른 산에 못 박힐라

 

 

구름 동행同行

 

 

산처럼 무거운 외로움

못 견디게 찾아든 밤

 

한 생을 달려 왔는데

닿지 못한 꿈이라네

 

아무도 아무것도 없어라

나 혼자뿐 오직 빈손뿐

 

세월을 다 살았는데도

아무 대책 서지 않고

 

팔 린 고사목枯死木이여

이별 은 독경소리여

 

산문 山門에 벗어 건 그림자

구름이나 동행할거나

 

 

우렁이의 노래

 

 

썰물 나간 이 갯벌엔

갈매기도 자취 없고

 

빈 껍질 우렁이가

제 몸 안고 혼자 운다.

 

구름도 부서진 구름

길 떠나간 포구 밖.

 

다스린 밀물 썰물

혼자 누운 이 한바다

 

비 짖은 꽃구름은

어느 배에 실려가고

 

돌아온 와갈기만

하늘 홑는 나래짓

 

-강화 앞바다에서 음력설날.

 

 

<시조시학 2016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