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귀소歸巢/ 해녀 김삼순/ 미생 바이러스/ 팔복부동산 앞/ 별 나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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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 歸巢
찢어진 옆구리를 움켜쥐고 돌아온다
베링해 가로질러 태화강에 이르는 길
가쁜 숨 못내 고르며 몸을 벗는 연어 떼
빛 한 점 들지 않는 타관의 쪽방에서
이 땅에 홀로된 이 형형하게 눈 밝혀도
제 안에 흐르는 강물 그 상류는 늘 멀었다
망향에 목이 부은 노숙의 낯선 어둠
솔기 터진 시간들을 이제 다시 여며가며
꿈자리 편안한 그곳 비늘 세워 찾아간다
해녀 김삼순
설친 잠 뒤끝에도 새벽은 서둘러 와서
노을 손이 피워내는 바다는 물너울 꽃
그 갈래 깊숙이 들어
꿀 따오듯 물질한다
납덩이 감은 허리 그런 무게 얹힌 나날
마음 한 껏 기울이며 물의 게단 내려선다
닫힌 문 하나씩 열며
젖은 몸을 재우치는
바람이 일러주고 바다가 허락한 길
제 손으로 삼 가른 새끼 눈 붉게 키워내고
우가포 파랑에 묻혀
늙어가는 고래 있다
미생 바이러스
과녁 물지 못하고 허방 어디 나자빠져
부르르 떨리는 봄 홀로 달랜 맨손 찜질
뭇매를 겁내지 않아
굳은살도 얻는구나
초록을 핑계 삼아 꽃잎마저 뱉고 간 봄
가당찮아 한눈팔다 부르팍만 깨진 것아
울어라 하늘 닿도록
네 뜻 내가 알리니
염치없는 지름길이야 한발인들 디뎠을까
실패에 맞서고 싶은 이 용하고 미옥한것
분명코 배후 따윈 없다
왕성하게 살아날 뿐
팔복부동산 앞
오르막 투덜대며 마을버스 들어온다
길도 숨이 차서 잠시잠깐 쉬다가는
오복은 힘도 못 쓰는 우리 동네 삼거리
빈자리가 있었던가, 구석에도 꽃 피듯이
낡은 지붕 떠받히며 새로 내민 얼굴하나
꿈꾸자! 억지 부리듯 그 이름 드림세탁소
층층마다 빼곡하게 간판들을 내다걸고
봄꽃인양 불빛 환한 늦저녁 풍경 속에
다가구 이마를 맞대고 총총총, 웃는 이곳
별 나던 저녁
어스름 엷은 빛에 어머니 열손가락
밀반죽 달걀이 밀어 안동국시 차려내면
풋 배추 몇 잎에 뜨는 별밧 없이 별나던 맛
모깃불 맵싸하게 눈물조차 매달리는
하지점 건너가며 금박 찍는 밤하늘에
살평상 삐걱거리며 발장단 맞춰주던
<2016년 한국시조대상수상작품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