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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신필영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3.16 12:4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124

====================차   례====================

귀소歸巢/ 해녀 김삼순/ 미생 바이러스/ 팔복부동산 앞/ 별 나던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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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소 歸巢

 

 

찢어진 옆구리를 움켜쥐고 돌아온다

베링해 가로질러 태화강에 이르는 길

가쁜 숨 못내 고르며 몸을 벗는 연어 떼

 

빛 한 점 들지 않는 타관의 쪽방에서

이 땅에 홀로된 이 형형하게 눈 밝혀도

제 안에 흐르는 강물 그 상류는 늘 멀었다

 

망향에 목이 부은 노숙의 낯선 어둠

솔기 터진 시간들을 이제 다시 여며가며

꿈자리 편안한 그곳 비늘 세워 찾아간다

 

 

해녀 김삼순

 

 

설친 잠 뒤끝에도 새벽은 서둘러 와서

노을 손이 피워내는 바다는 물너울 꽃

그 갈래 깊숙이 들어

꿀 따오듯 물질한다

 

납덩이 감은 허리 그런 무게 얹힌 나날

마음 한 껏 기울이며 물의 게단 내려선다

닫힌 문 하나씩 열며

젖은 몸을 재우치는

 

바람이 일러주고 바다가 허락한 길

제 손으로 삼 가른 새끼 눈 붉게 키워내고

우가포 파랑에 묻혀

늙어가는 고래 있다

 

 

미생 바이러스

 

 

과녁 물지 못하고 허방 어디 나자빠져

부르르 떨리는 봄 홀로 달랜 맨손 찜질

 

뭇매를 겁내지 않아

굳은살도 얻는구나

 

초록을 핑계 삼아 꽃잎마저 뱉고 간 봄

가당찮아 한눈팔다 부르팍만 깨진 것아

 

울어라 하늘 닿도록

네 뜻 내가 알리니

 

염치없는 지름길이야 한발인들 디뎠을까

실패에 맞서고 싶은 이 용하고 미옥한것

 

분명코  배후 따윈 없다

왕성하게 살아날 뿐

 

 

팔복부동산 앞

 

 

오르막 투덜대며 마을버스 들어온다

길도 숨이 차서 잠시잠깐 쉬다가는

오복은 힘도 못 쓰는 우리 동네 삼거리

 

빈자리가 있었던가, 구석에도 꽃 피듯이

낡은 지붕 떠받히며 새로 내민 얼굴하나

꿈꾸자! 억지 부리듯 그 이름 드림세탁소

 

층층마다 빼곡하게 간판들을 내다걸고

봄꽃인양 불빛 환한 늦저녁 풍경 속에

다가구 이마를 맞대고 총총총, 웃는 이곳

 

 

별 나던 저녁

 

 

어스름 엷은 빛에 어머니 열손가락

밀반죽 달걀이  밀어 안동국시 차려내면

풋 배추 몇 잎에 뜨는 별밧 없이 별나던 맛

 

모깃불 맵싸하게 눈물조차 매달리는

하지점 건너가며 금박 찍는 밤하늘에

살평상 삐걱거리며 발장단 맞춰주던

 

 

<2016년 한국시조대상수상작품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