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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홍오선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4.08 20:0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758

=======================차  례=======================

슬픈, 밥/ 꽃말을 엿듣다/ 수평선/ 안개/ 새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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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밥

 

 

1

무작정 상경하여

봉제공장 지하에서

 

밥줄인양 끌어안은

중고 미싱 돌려가며

 

파리한 만성 위장염

얼굴같이 뜬, 낮달

 

2

길 아닌 길을 내며

말을 끄는 늙은 마방

 

아찔한 곡예하듯

벼랑을 넘고 넘어

 

싸아한 생을 품으며

올려보는 그, 낮달 

 

 

꽃말을 엿듣다

 

 

 

애써 외면했던 지난 겨울 혹한 속에

칼금긋듯 종적없이 무너지던 그 기억들

어둠에 길들여지고 눈물에 힘을 얻고.

 

언 땅을 줄탁하듯 기지개를 펴는 하루

허했던 가슴팍이 온기로 풋풋하다

하루가 천금이라고 진을 치는 봄볕 나절.

 

뉘 몰래 숨겼던 눈 살포시 뜨다 말다

이 꽃과 저 꽃 사이 심부름하는 바람

오가다 흘린 말들을 귀를 모아 듣는다.

 

 

수평선

 

 

너를 받쳐 물이 된 나

나를 안아 허공 된 너

 

오늘토록 멍이 들도록 바장이는 눈시울에

 

잡힐 듯

잡지 못한 손이

아득히 닿아 있다.

 

 

 

안개

 

 

 

생전에

울리고 싶던

소리공양 한 소절이

 

꺽이다가 치이다가

둘숨 한 숨 몰아 쉰다

 

물 번진

흑백 사진 같이

빛바랜

시간 같이.

 

 

 

새떼

 

 

 

허공에 집을 짓곤 허물던 여자들이

기억은 놓아버려도 가슴에 묻은 이름

그 어혈, 풀릴 때까지 시간을 되짚는다

 

평생을 달고 살던 무형의 족쇄였나

낯설은 그물에서 날개죽지 파닥이며

금침을 곳고 있는가, 잘 익은 고요 한 겹.

 

 

 

<정형시학 2016년 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