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례=================
푸른 힘/ 도금시대/ 달의 배후/ 마르고닿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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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힘
활엽 침엽 얼싸안고 어화둥둥 얼싸안고
높낮은 산봉우리 훨훨 넘는 저 신명
신록은 물 한창 올라 넘실대는 해일이다
녹슨 가시철망 맨살로 껴안다가
군데군데 단풍나무 자지러진 비명소리
제풀에 놀란 까투리 푸드덕 날아간다
휴전선 넘는 것이 어디 새들뿐이랴
적의로 맞선 지뢰지대 단숨에 내달아서
백두산 저 너머까지 푸른 힘으로 하나 된다
도금시대
번쩍이는 것이라고 다 황금은 아니렷다
그럴 듯한 이름으로 화려하게 덧칠해도
그대로 다 드러나지
그릇 무게 달아보면
달의 배후
뒷모습 보여주는 그런 사람이 나는 좋다
넌지시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다
묵묵히 길 밝혀주는 그런 사람, 그 사람
마르고닿도록
리모컨이 조종하네, 늙으신 아버지를
의자와 한 몸이 된 팔십 인생 졸다 깨다
재방송 재재방송까지
마르고닿도록 보시네.
<정형시학 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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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증호
2002년 시조시학 신인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 부산시조작품상,
시조집 "침발라 쓰는 시"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