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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인영 시조시집 <꺾는다, 말뿐인 붓을>
등록일
2022.11.12 13:1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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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영
제주 서귀포시 표선 출생.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등단, 2017년 서귀포 문학작품 전국 공모전 수상, 시조집 <별들의 이력>,
<앵두>, 현대시조 100인선 선집 <방언의 계보학>, 시 모음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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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또*
모름지기 남자는 헤프게 울지 않는 법
일평생 그 말씀을 유언으로 삼았을까?
아버진 가문 날 벼랑처럼
그리 살다 가셨다
울고 싶은 이 세상 끝까지 부둥켜안고
절대로 울지 않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남몰래 밤하늘 바라보며
외려 별을 위로하며
산다는 건 슬픔도 가슴에 음각하는 일
아버지가 남겨놓은 아버지의 고집같이
함부로 눈물 보일 수 없어
나는 울음을 삼킨다
*엉또 폭포.
빙떡
언젠간 우리들은 만나지 않겠습니까
돌고 도는 세상사 아무리 고단타 해도
살면서 문득 돌아보면
거기, 내가 있을게요
양파, 도마를 썰다
만만한 게 나인가요? 뭐 그리 신나나요
비겁하게 날마다 변명만 하지 마시고
원하면 한 번 썰어보세요
나도 밤이 궁금하네요
보름달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을 걸요
믿음이 깨진 순간 사랑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 제발 조심하시고
얌전하게 사세요
섬의 사회학
흔한 게 돌이라서 쌓는게 담이라 마씸?
함부로 말허지 맙써, 살아보지도 않고서
는쟁이* 그 범벅 낭푼에도
무사* 경 꼭 금 긋는지,
* ' 메밀을 갈아 가루를 체에 쳐내고 남은 속껍질' 라는 뜻의 제주어.
* '왜' 라는 뜻의 제주어.
깅이*죽
아무리 용을 써도 뾰족한 수가 없어
쫓기듯이 한평생 바다로 나갔을 엄마
뜨겁게 주저앉아 운다,
무르팍이 안 보인다
* '게'의 제주어.
노을을 편애
偏愛)
하다
-옥돔 이야기
마른 세월 그리움 뚝딱뚝딱 썰어놓고
끓여낸 제주 바다 저녁을 퍼 담는다
장맛비 그친 다음 날
육지에서 돌아와
짙푸른 파도 소리 죽어서도 잊지 못해
잘 익은 무 살에 스며든 생각처럼
엄마가 차려낸 밥상을
또 붉게 물들이는
콩국에 대한 명상
참길 정말 잘했다, 지나고 돌아보면
한번 뱉은 말은 이미 늦은 후회이니
아팠던 그 모든 과거를
눈 감고 들이킨다
'바게트'라는 그대
칼금 먼저 넣는다, 완성이 되기 전에
내 사랑 나도 몰래 부풀어 터질까 봐
오늘 또 거리를 두고
맴돌다 돌아왔다
차라리 까맣게 타 재가 되고 싶지만
아린 몸 돌돌 말아 발효를 기다리며
무성한 통성(
痛聲
)의 긴 밤
혼자 몰래 읽는다
심심한 안녕
그 누굴 얼싸안고
사랑하기 좋은 날
이별의 말 전하는
낡은 구두 앞에 두고
한평생
발바닥만 읽은
그리움을 닦으며
시월에
바람 스친 자리에 머물렀던 생각처럼
단풍 든 오름 한 켠 억새가 한창이다
지우고 다시 떠올린
우리 생이 그러하듯
그리움 감감해서 이 세상 더 빛나는
사랑도 이별도 돌아보면 한 끗 차이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절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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