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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송인영 시조시집 <꺾는다, 말뿐인 붓을> 등록일 2022.11.12 13:1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88









말뿐인 붓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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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영

제주 서귀포시 표선 출생.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2010년 <시조시학> 신인작품상 등단, 2017년 서귀포 문학작품 전국 공모전 수상, 시조집 <별들의 이력>,
<앵두>, 현대시조 100인선 선집 <방언의 계보학>, 시 모음집 <그리운 건 가까워도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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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또*

모름지기 남자는 헤프게 울지 않는 법
일평생 그 말씀을 유언으로 삼았을까?
아버진 가문 날 벼랑처럼
그리 살다 가셨다

울고 싶은 이 세상 끝까지 부둥켜안고
절대로 울지 않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남몰래 밤하늘 바라보며
외려 별을 위로하며

산다는 건 슬픔도 가슴에 음각하는 일
아버지가 남겨놓은 아버지의 고집같이
함부로 눈물 보일 수 없어
나는 울음을 삼킨다

*엉또 폭포.



빙떡

언젠간 우리들은 만나지 않겠습니까

돌고 도는 세상사 아무리 고단타 해도

살면서 문득 돌아보면

거기, 내가 있을게요



양파, 도마를 썰다



만만한 게 나인가요? 뭐 그리 신나나요

비겁하게 날마다 변명만 하지 마시고

원하면 한 번 썰어보세요

나도 밤이 궁금하네요

보름달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을 걸요

믿음이 깨진 순간 사랑은 사라질 테니까

그러니, 제발 조심하시고

얌전하게 사세요


섬의 사회학

흔한 게 돌이라서 쌓는게 담이라 마씸?

함부로 말허지 맙써, 살아보지도 않고서

는쟁이* 그 범벅 낭푼에도

무사* 경 꼭 금 긋는지,


* ' 메밀을 갈아 가루를 체에 쳐내고 남은 속껍질' 라는 뜻의 제주어.
* '왜' 라는 뜻의 제주어.




깅이*죽


아무리 용을 써도 뾰족한 수가 없어

쫓기듯이 한평생 바다로 나갔을 엄마

뜨겁게 주저앉아 운다,

무르팍이 안 보인다

* '게'의 제주어.



노을을 편애偏愛)하다

-옥돔 이야기


마른 세월 그리움 뚝딱뚝딱 썰어놓고

끓여낸 제주 바다 저녁을 퍼 담는다

장맛비 그친 다음 날

육지에서 돌아와

짙푸른 파도 소리 죽어서도 잊지 못해

잘 익은 무 살에 스며든 생각처럼

엄마가 차려낸 밥상을

또 붉게 물들이는



콩국에 대한 명상


참길 정말 잘했다, 지나고 돌아보면

한번 뱉은 말은 이미 늦은 후회이니

아팠던 그 모든 과거를

눈 감고 들이킨다


'바게트'라는 그대


칼금 먼저 넣는다, 완성이 되기 전에

내 사랑 나도 몰래 부풀어 터질까 봐

오늘 또 거리를 두고

맴돌다 돌아왔다

차라리 까맣게 타 재가 되고 싶지만

아린 몸 돌돌 말아 발효를 기다리며

무성한 통성(痛聲)의 긴 밤

혼자 몰래 읽는다


심심한 안녕

그 누굴 얼싸안고
사랑하기 좋은 날

이별의 말 전하는
낡은 구두 앞에 두고

한평생
발바닥만 읽은
그리움을 닦으며




시월에

바람 스친 자리에 머물렀던 생각처럼
단풍 든 오름 한 켠 억새가 한창이다

지우고 다시 떠올린
우리 생이 그러하듯

그리움 감감해서 이 세상 더 빛나는
사랑도 이별도 돌아보면 한 끗 차이

정말로 아름다운 것은
절망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