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한희정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09 14:46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472

===========================차  례====================================

첫눈/ 도시의 가을 한 잎/ 동백꽃 서설序說/ 수국 한철/ 메꽃/ 겨울 쑥부쟁이/ 굿모닝 강아지풀/ 노을이 지면/ 서귀포 이야기 1/ 서귀포 이야기  7/

==========================================================================================

 

첫눈

 

새처럼 발소리 죽이며

새벽녁에 당도한 자

 

어느 발목 시린

노숙의 밤을 넘기고

 

저토록 눈부신 산이

내게 한 발 다가와

 

늦잠결 아름 가득

안겨 받은 꽃다발처럼

 

처음 보는 사람 앞에

쏟아 부은 넋두리처럼

 

방점에 피워 올리는

복수초의 안간힘처럼

 

무수히 침엽에 찔린

너와 나 상처를 덮고

 

문 앞에 쌓인 눈만큼

면죄부를 받아낸

 

뒤따라 내려온 아침이

초인종을 누르다 

 

 

도시의 가을 한 잎

 

 

  물든 담쟁이 손이 보도블록에 떨어져 있네. 줄줄이 압핀

에 눌려 고통의 벽을 넘던 만년의 혈소판 같은 가을 한 잎

떨어져 있네

 

  맞은편 창틀마다 소국 분盆 내건 걸 보면, 이맘 땐 빌딩조

차 단풍 들고 싶은가 봐 여름내 무력증 앓던 도시 속의 사람

들처럼.

 

  뒤돌아  나부끼는 계절 끝 하얀 손들. 작별을 예감하는 단

문형 메시지 따라

  남감한 내 심증에도 가을 한 잎 타고 있었네. 

 

 

동백꽃 서설序說

 

견디기 힘들어도 참는 만큼 하루가 붉다

손을 내밀수록 더 허기진 겨울 볕에

수줍게 볼을  비비며 말문을 여는 저녁.

 

바람, 제주바람 숨긴 칼이 더 푸르다

눈 오면 눈밭에다 오장육뷰부 쏟으시던

아버지 겨울나기도 저 꽃처럼 붉었을 까

 

잠이 깊을수록 우리 꿈이 생시로 오듯

아픔이 깊을 수록 봉오리에 힘을 모으는

저 혼자  아껴온 불씨, 꽃 한송이 내민다.

 

 

수국 한철

 

우울한 날일수록

산비탈 꽃들은 밝다.

 

눅눅한 십구공탄

불쏘시개 지피다 말고

 

장맛비 유월 들녘이

우산 들고 다가와

 

올 따라 크고 작은

입소문이 무성했다.

 

정작낯빛으로만

앓던 밤을 짐작했는지

 

파랗게 몸을 낮추는

동자승도 보인다. 

 

메꽃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오던 날

 

반바지 꼬마 녀석이

종이컵을 팽개치고

 

분홍빛 아침을 치며

시위 피켓을

치켜든다.

 

겨울 쑥부쟁이

 

주춤 말을 아껴

그냥 가는 하루가 밉다

 

쪽박 세상 인심

울상 한 번 짓지 않는

 

해녀의 막내딸처럼 바다 향해 피었다

 

손 꽁 꽁꽁 시린 별이

바위틈에 내려와

 

파도에 한 겹 두 겹

뭔가 자꾸 감추려는

 

명치끝 아리게 오는 실루엣의 정체는 뭘까.

 

혼자 그린 눈화장을

혼자 보고 지워야 하는

 

서둘러 눈발 앞에

검정 외투 걸치는 바다

 

인적 뚝, 끊긴 바닷가 꽃이 저만 푸르다.


 

굿모닝 강아지풀

 

초인종 소리에 바삐 문을 열었더니,

빨간 영자 표기 택배상자 한 손에다

키 작은 강아지풀이 아침 들고 있네

 

주스 빨대 꽂고 5.16커브를 돌듯

"웨어 아 유 컴 프롬" 혀를 말아 굴려봐도

늦깍이 콩글리시가 점선처럼 끊기고

 

슬픔도 배달된다는 합중국의 눈부신 아침

짝짝이 신발 신고 제주도를 찾아온

눈이 큰 필리핀 새댁이 주민증을 보인다. 

 

 

노을이 지면

 

내가 버린 시간들이

나를 향해

부르짓는

 

떨어져 나간 꽃잎

속마음도 저랬을까

 

노을빛 유리잔 속에

외로움이

있다.

 

단풍 끝 붉게 타던

홍시 하나가

사라진 후

 

끝내 놓쳐 버린

그리움의 반대편에

 

밀려와 밤을 안은 바다

달덩이를

띄운다.

 

서귀포 이야기 1

 

서귀포,

이름만 들어도

가슴엔 파도가 치네.

 

바다 속 풀어헤친

상군해녀 이야기처럼

 

저만치 패랭이꽃이

추억처럼

피어나.

 

서귀포 이야기  7

 

다혈질 제주바다

이곳에선

숨을 죽이네.

 

메꽃인가 그리움인가

현무암 살갗에 핀

 

해안선 푸른 별들이

새섬 위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