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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영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13 20:1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219

 ============================<차  례>=================================

비빔밥/ 홍어/ 잡기 雜器/ 하얀 뱃바닥/ 바위와 소나무/ 야생화에게/ 아름다운 땀 냄새/

임진각 기차역/ 할미꽃/ 풀/ 지워지는 슬픔/ 이슬/ 나물파는 할머니들/ 꿩의 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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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밥

 

섞일수록 거침없이 섞여야 비빔밥이지

 

새록새록 맛이 도는 고추장과 참기름

 

너와 나 뒤범벅으로 뒤섞일 수 있는

 

양 볼이 미어지게 쓰윽싹 몰아넣는

 

비빔밥이 되려면 통하라 무조건이다

 

몸 따로 사랑 따위는 한 줄 연애도 아니다

 

겨울 녘 등불 아래 기러기 시린 발 본다

 

내 발이 시린 건 당신께 날고 싶다는

 

칼바람 역풍 속에서 몸과 맘 섞고 싶다는

 

 

 

홍어

술 치한 친구의 한잔을 위하여

 

잘 삭은 홍어 되어 몸속으로 빨려든다면

 

어두운 살의 바다에 독한 냄새로 남으리

해일을 만나면 해일로 뒤집히고

 

알몸으로 만나면 알몸으로 섞이어

 

다시는 환생치 못할 썩어 푹 썩어 있을

 

 

잡기雜器


 

사발이 되려거든 막사발쯤 되어라

 

청자도 백자도 아닌 이도다완 막사발

 

일본국 국보로 앉아 조선 숨결 증언하는

 

백성의 밥그릇이었다가

 

막걸리 사발이었다가

 

삐뚤삐뚤 생김새

 

거칠고도 투박하다

 

용처가 저잣거리라 잡기하고 했던가

 

무사함이 귀인이요, 단지 조작하지 마라*

 

임제록臨濟錄을 바친 그윽한 속뜻 있어

 

본색이 천것 아니라 백성의 밥이었거늘

 

 

* 『임제록』의 한 구절을 일본인 무네요시가 이도다완에 바쳤다함.

 

 

 

바위와 소나무

 

바위와 소나무

 

함께 못 살 것 같지만

바위에 솔씨 떨어져

 

말없이 안기면

 

신랑이 신부를 맞듯

 

바위가 몸을 연다

 

 

 

야생화에게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란 걸 알아요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 있는 외로움

 

창 열린 낯선 민박집 별을 헤던

 

그날 밤

 

 

 

아름다운 땀 냄새


 

지독하고 아름다운 땀 냄새 맡아보라

북한산 향로봉 밑 칼끝 같은 바윗길

 

절면서 산길 오르는 장애인 사내 뒤에서

 

사내는 절며 걷지만 세상을 딛고 오른다

 

땀 냄새는 쿠데타다, 골수에서 터진 순수

 

누군들 성한 다리로 온전히 걸어왔는가


 

 

임진각 기차역

 

임진각 기차역에 어둡도록 내리는 눈

 

슬픔 없이 잠이 들 사랑 찾아 날린다

 

오래된 먹물을 풀어 그리는 그림처럼

 

빈들에 눈이 내려 땅과 하늘 한몸이다

너와 내가 밟는 발자국도 하나이다

 

박봉우 <휴전선>시비 누구, 기다리고 서 있다

 

할미꽃

 

 


 

산비탈 오르다 만난

 

무덤가 꼬마 할미꽃

 

무덤 안 할머니

무척이나 작으셨나

 

어머니

 

병중에 작아져

 

살아서도 할미꽃

 

 


 

  이름 모를 풀이라 해도 함부로 밟지 마라 아버지는 아버

지의 이름을 모르는 이들에게

  밟히며 그래, 짓밟히며 이름 없이 사셨단다

 

 

지워지는 슬픔

 

 

 

  전깃줄에 새들이, 어두워지는 시간에, 더욱더 어두워지

면서, 하나씩 지워지고

 

  지워진, 그 자리에는 슬픔마저 지워지고

 

이슬

 

 

열반을 믿는다면 내 사랑은 꽃이다

 

수렁에 뒹굴어도 아득한 품속이다

 

닫혀진 수련에 갇혀 천 년을 잠들고 싶다

다시 수련 벙글면 영롱하게 태어나

 

눈부신 햇살 아래 알몸으로 반짝이리

 

사랑할 시간 넘쳤으나 사랑을 몰랐으므로

 

 

 

나물 파는 할머니들

 

 

이름 봄을 불러내 꽃들이 앉아있네

세상에서 가장 귀한 꽃들이 웃고 있네

풋정 든 푸성귀들을 꽃들이 바라보네

 

꿩의 바람꽃


 

태백산 바람 속에 피어난 꿩의 바람꽃

 

작은집 신방살이 환하고 위태롭다

 

한 사람 미치게 그린 사무치는 몸짓까지

산 꿩의 짝짓기 다 풀어야 꽃이 되나

 

그대는 알을 낳고 그대는 새끼 기르고

바람꽃 꿩의바람꽃 저 혼자 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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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시인


전남 승주 출생. 1974년 <현대시학>등단

시집『 오지에서 온 손님』『겨울 별사』『화엄동백』『참나무는 내게 숯이 되라네』『다시 월산리에서』시화집『사랑이 사람에게』시조선집『참 맑은 어둠』, 2인 시조집『가람시조문학상 이호우시조문학상 수상작품집』등을 펴냄

중앙시조대상, 한국작가상, 이호우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