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정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05 20:13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168

============================<차  례>=======================

가을 그래프/ 첫눈/ 밤 매미/ 나도바람꽃/ 우도댁/ 국화차/ 개띠 생 삼나무/ 대설 경보/

연탄재 서설/

======================================================== 

 

가을 그래프

 

이쯤에서 한 번씩은 흔들릴 때도 됐다

가을 햇살 거두는 삼나무 꼭대기

갈지자字 딛고 올라간

담쟁이가 빨갛다.

 

좌우 막론하고 가지가지 상향이다

환승요금 깍아 주며 돈놀이 부추기는

세상은 투전판인 거야,

손 손들이 빨갛다.

 

발 디딜 흙 한 줌 없는 승천의 가지 끝에

보법 무시하고 달려드는 홍단풍

머리를 아래로 꺾는

시월 끝이 빨갛다.

 

첫눈

 

꽃도 잎도 나이테도

조본조분 내려놓고

 

나 또한 나무가 될까

어깨동무 숲이 될까

 

순백의 배냇저고리

예덕나무

서 있네.

 

밤 매미

 

장마 끝엔 매미도

똥오줌을 못 가리네

 

다 저문 저녁 하늘에 젖은 장작 들쑤시며

 

눈알이 튀어나오도록

후후 불을

지피네.

 

가다가 돌아온

여름 본 적이 있다던가

 

칠년 만에 잡아 보는 광명이 아니던가

 

밤에도 불붙는 칠월

매미소리

빨갛다. 

 

나도바람꽃

 

나무는 나무끼리

모여서 숲이 되고

 

억새는 억새기리

모여서 길이 되고

 

비바람 휘몰아치면

나도 나도

바람꽃!

 

우도댁

 

다단조로 내리던 게릴라성 폭우도 멎은

성산포와 우도 사이 감청색 바닷길에

부르튼 뒤축을 끌며 도항선이 멀어져

 

이 섬에도 저 섬에도 다리 뻗고 오르지 못해

선잠을 자다가도 붉게 일어나는 아침

어떻게 흘러온 길을, 제 가슴만 치는고

 

눈뜨면 부서지는 것쯤 타고난 팔자려니

젖었다가 마르고 말랐다가 또 젖는

짭짤한 물방울들에 씻기다 만 저 생애 

 

국화차

 

꽁꽁 염해 둔 꽃잎

지난 가을

다 쓸어다가

 

팔팔 끓어오르다

한 숨 내려놓는,

 

가시리 산 일 번지가

찻잔 속에

놓인다.

 

개띠 생 삼나무

 

굵거나 가늘거나 심지는 한결같다

같이 살자 같이 살자 수망리 개띠 삼나무

까맣게 그을린 속을 제재소에 부린다.

 

나무집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버려야 하듯

열매를 얻기  위해 꽃잎을 버려야 하듯

오른팔 왼팔 쳐내는 숨소리가 아프다.

 

그 많던 폭풍우 고분고분 넘기던 촉수

이만 불 소득고지 천정을 건드렸더냐

단체로 정리해고된 방풍수가 푸르다

 

 

대설 경보

 

죽어서 눈 감지 못한 사연이 저러할까

밤낮으로 쏟아지는 핏발 서린

구제역 치른 반도가 흰 봉분을 쌓는다.

 

입춘 지나서도 소복 입은 산천초목

산산 부서진 별빛 그 발굽을 치우다가

묻힐라,

내 두 발자국

영혼들이 내린다.

 

연탄재 서설

 

혼신을 다하고서야 저리 편히 눕는 것을

오십 촉 백열들아래 재색도 살색도 아닌

노숙의 연탄재들이 등에 등을 붙이고

 

사투리 저들끼리 만나 얼굴부터 피는 봄

위로 위로 사르며 망향불꽃 뽑아 올리던

황해도 철쭉나무가 해장국을 끓인다.

 

식어서도 통하는 게 정인가 불길인가

숨통에 숨통을 이어 빠져나온 겨울 목

어둠 속 열아홉 구멍이 세상 밖을 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