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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양점숙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05 21:1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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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동 바람/ 매니규어/ 아버지의 바다 1-부안염전에서/ 의자, 그 외로움에 대하여/ 슴리의 달/ 임진강가에서-공중전화/  보쌈/ 어머니의 저녁/ 란제리의 패션쇼/ 어머니의 가마솥/ 연밥/ 달맞이 꽃-용산역 근처에서/ 선거 뒤에/ 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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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망동 바람

 

째보선창은 소문처럼 저 멀리 아득하고

가고 없는 사람들 흔적마저 고요해

자릿세

마수도 못한 바람 어물전 서성인다

 

어깻바람 긴 겨울과 여름 맥없이 스쳐가도

그날 같은 사람들, 그날처럼 남은 할매

산동네

미끄러운 자드락 자꾸 발이 빠진다

 

 

매니규어

전하지 못한 마음

꽃물 아니래도 붉다

 

빨간색 노란색 그도 모자라

반짝이 짙게 덧바르고 선웃음을 덧씌운다

 

정도 식은 내리막 길

허영의 눈금 위에

물색없는 우울 봄빛을 덧칠해도

속살은 무채색 그리움 단풍든 그를 본다

 

 

아버지의 바다 1

- 부안염전에서

품고 벼리면 눈물도 환한 꽃으로 이는

갯골의 전설들이 살 속으로 길을 내니

푹 골은 고무래를 밀던 등은 하얀 소금꽃

 

짜디짠 그 생계를 퍼 올리던 무자위에서

숨을 곳 없는 맨발 너 하나의 그리움으로

해당화 한 등 올리는 물길 따라 가는 4월에

 

불은 손금에 매달린 목숨이라 속없으랴

발원의 물목에는 그림자도 목이 길어

몸 비운 아비의 바다 한 움큼 사리로 남고

 

 

의자, 그 외로움에 대하여

 

잘 마른 뼈대들은

촉수를 감추지 않아

 

불안한 주인은

두둑한 방석을 괴고

 

멍 자국 선연한 침묵

온몸으로 막았다

 

수 없이 오고가는 별똥별의 소문사이

 

삐거덕 참아도

삐거덕 울음이 새는

 

한 구석 정물의 공간 허튼 층을 쌓는다.

 

 

솜리의 달

 

달을 봤다 곁에 있는 별 두 개도 봤다

솜리로 이사 온 지 삼십 년 넘어 두어 달

아잇적

그 달이었다

그날 같은 하늘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달을 잊고 나도 잊고

고개를 숙인 채 때론 돌을 차면서

세모시

풀 죽었구나

속 끓이며 살았구나

 

 

임진강가에서

-공중전화

 

막막한 강은

소리 없는 울음을 울고

 

제단의 향로는

회한이 넘쳐 뜬 구름

 

할머니

전화통을 잡고 긴 침묵을 전한다

 

동정을 집어넣어도 신호음만 길어지고

 

철책 너머 어디쯤에 남겨 둔 이름을 꼽다

 

눌러줄

번호를 몰라 생인손이 언다.

 

 

보쌈

 

살내 풀풀 풀리는 대지에 향내 진동하니

염천 복날 불티처럼 날아오른 사내

한 세상 꺾어든 마음 그런 사랑 어디 없나.

 

바람을 탐한 그녀 열꽃은 아니었을가

수밀도의 암내 새물로 밀어올린

한 번은 넘쳐도 좋을 물보라의 아우성 같은.

 

햇귀 받는 봉오리 천둥치는 욕망으로

잎새 붉은 비단자락 뭉클한 보쌈 되어

천년도 만년도 아닌

하루쯤

단 하루쯤은.

어머니의 저녁

 

어머니의 기도는

종소리를 닮았다

 

사랑도 고뇌하서 몸져누운 아랫목

옥양목 적삼을 빠져나간 흰풀 먹인 옹알이

 

그믐달로 걸린 한 생

그 울음의 풋바심에

날마다 입술 깨문 오갈 든 그리움으로

앙상한 가슴의 빗살무늬 한 세월 다 무너진다.

 

 

란제리 패션쇼

꽃잎 같은 흔적 당당함으로 걸치고

흔들고 걷는 늘씬한 엉덩이

요염한 미소를 보내도

안쓰러워 눈 돌린다

 

나신의 꽃무늬는 이브의 굴레라서

원죄를 감쳐준 무화과 잎사귀처럼

짐스런 그리움이라

온몸으로 받았을까

 

아름다움 모르는 척 선망의 눈빛 감춰도

비릿한 살빛 잔광 어둠보다 더 깊어

돌계단 마른 꽃잎은

바람,

그 빛깔로 뒹군다.


 

어머니의 가마솥

 

솥적다 솥이 적다

소쩍새는 크게 울어도

가마솥 북북 긁던 엄니 허리는 굽고

그림자 그도 허기져 노랑꽃 만발했다.

 

바람에도 물이 들던 축축한 한숨까지

까맣게 졸아 내리던 명치의 단내

가마솥 높게 걸린 아궁이 아직도 불씨 존다.

 

 

연밥

 

사윈 육신의 흔적은 저문 날의 수채화

개흙 속의 한생 늘 그랬던 인연처럼

받쳐 든 수의 한 벌로 그 물빛이 무겁다.

 

겨울을 붓질하는 꽃말로 남은 어머니

가는 귀 먹은 전화통 긴 사설을 띄우고

졸라 맨 그림자 하나 허공에 대못 박는다.

 

허물로 남은 그리움, 그득한 물밑에 두어

정한 순장의 사리 그 마저 꽁꽁 묶고

체머리 몸을 사려도 반쯤 골은 문패 내린다

 

 

달맞이꽃

-용산역 근처에서

 

커다란 쇼윈도 속

외다리 의자갇 ㅗㄴ다

 

유혹의 매운 살내에 꽃들은 기침하고

푸줏간 새빨간 드레스 못 자국이 검붉다

 

탕진한 눈물 끝에

위로의 잔을 들이밀고

 

불빛이 꽃빛인 이유 하나쯤의 진실로

온밤 내 타들어가는 붉은 입술 새치름 곱다

 

 

선거 뒤에

 

승천을 

기다리던 한 사내가

비로 내려

 

질퍽한 거리

벽보사진 속에서 웃다

 

비문의 

귀거래서로

허튼 속을 달랜다

 

 

매미

 

삼생 묻어둔 한으로

울음 풍성한 곡비

 

아득한 슬픔도 안아보면

한 가슴이라

 

땡볕의 그렁한 삶도

울음 하나로 다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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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점숙

제1회 이리 익산 문예백일장 장원

시집 『 하늘문 열쇠 』『 꽃그림자는 봄을 안다 』외 다수

한국시조시인협회상, 시조시학상, 전북문학상 수상, 가람시조문학상 운영위원, 가람시조문학회 회장, 경기대 겸임교수 역임. 한국시조시인협회이사. 익산시립도서관 운영위원장, 전북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열린시학회 부회장, 가람기념사업회 부회장, 가람시학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