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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임성구 시조시인 작품방 등록일 2016.02.02 07:0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090

=========================<차  례>=====================================================================================

토란잎 우산/ 바람 호루라기/ 일 하는 사람/ 서운암의 봄/ 뱀사골의봄/ 나무 물고기/ 앵통하다 봄/ 불빛 시위대/ 파란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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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잎 우산

 

 

먼지 풀풀 날리며 빨간 버스 지나간다

차 허리 탁탁 치며 안내양이 오라~이

한 줄기 흙 비린내 날린 소나기도 오라~이

 

닫힌 문이 열리자 쏟아지는 정든 얼굴들

파란 철재 교문 위로 넘어오는 종소리에

황톳빛 발걸음들이 다급하게 달려갔던

 

단벌 운동화도 그땐 마냥 좋았었지

버드나무 옛 정류장 만삭의 배 내밀듯이

토란잎 꺾어 든 아이들 총총히 몰려왔다

 

 

바람 호루라기

 

 

강의 몸 만지작이다 전깃줄에 앉은 새

개망초 언덕에다 휘파람 보낸 사이

임해진 낙동강변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새우깡 소주 한 병에 반올림한 사내 얼굴

갈대 잎 흔들다 강물 휘휘 젓다가

미끼를 잃어버린 낚싯대

헛웃음만 가득하고

 

바람이 슬쩍 불자 물속을 나는 새들

아가미 껌뻑이며 하늘 솟는 물고기

풀들은 엉덩이 털고

자전거 페달 밟는다

 

 

일 하는 사람

 

 

당신이 찍어놓은 노예 낙관이 참 무섭다

휘어진 등허리보다 휘어터진 마은 한 올

아리고 아려서 슬픈

착한 천성이 더 아프다

 

온 들이 핀 저 잡풀도 꽃이 되기까지는

가느다란 꿈을 향해 맨몸으로 비를 맞고

허기진 식솔을 위한 수고,

활짝 켜든 박꽃 같다

 

오늘도 가장은 박 줄기 같은 손을 뻗어

허공 밭을 일궈놓고 구슬땀 훔치는 사이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제 흉터에도 달이 뜬다

 

 

서운암의 봄

 

 

금낭화 쇠북소리에 나 예까지 성큼 왔네

장경각 16만도자경 옻물로 받아내고

온 산하 꽃불 밝히려 수미산을 넘어 왔네

 

두견화 설류화 호아매 홍매 창포 향기

만상의 장독들이 태동을 시작하면

공양간 무쇠솥에는 고봉 쌀밥 이팝꽃

 

배곯은 겨울 처사님 배불리 먹이는 봄

영축산 천수천안 십일면 관음보살

삼천불 양지꽃으로 피면 쇠북 치는 흰 나비 떼

 

 

뱀사골의 봄

 

 

웅크린 가시의 밤

흔들어 깨워놓고

 

돌돌돌,

얼음장 밑

복수초 무릎 편다

 

눈물이

핑 도는 꽃밭

 

언 가슴도

 

다시

꿈틀

 

 

나무 물고기

 

 

단층 지느러미 무장무장 자라는 동쪽

 

붉고 큰 아가리로 아름드리 절을 세우고

 

푸드덕, 날아오르며 업을 씻는 새 아닌 새

 

 

앵통하다, 봄

 

 

우물가 앵두나무가 뽑히던 컴컴한 봄

꽃의 대중들은 못 들은 척 고개 돌린 채

잘났다 제 잘났다고 빨갛게들 떠든다

 

앵두 젖 훔쳐 먹은 달콤한 올가미들

순해서 더 푸른 달아 기도문만 외지 마라

운주사 석가모니는 왜 여직 주무시나

 

바들바들 떨며 진 한 송이 사람의 집

온몸이 녹아내린 식초 같은 절규인 양

화구구 앵두꽃무덤에는 제 냄새가 진동한다

 

 

불빛 시위대

 

 

상남동 LED등은

마귀 같은 불빛 군중

 

저 거센 비바람에도

폐부까지 찌르는 말

 

부도난

살구나무죽비

처형하라

처형하라

 

 

파란 나물

 

 

눈 내리는 산골마을 청학동 저녁연기가

어머니 눈을 때려 매운 눈물 훔친 시간

눈 속에 파묻힌 삶도 파랗게 눈을 뜨네

 

양은솥에 몸 살짝 담구고 나온 시금치

내 아들 철들라고 조물조물 손맛 더하면

우리는 일 센티미터씩 자라나는 하루를 먹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