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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조영자 시조집 <반공일엔 물질 간다> 등록일 2022.06.17 14:4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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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자

서귀포 강정에서 태어나 중.고등학생 시절 잠시 해녀물질을 했으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열린시학>> 신인상 공모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제6회 시조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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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


강정마을 돌아드는

논골물 미나리밭

열 살짜리 조막손이

캐어온 이른 봄을

오일장

어느 귀퉁이

쌀 한 되와 맞바꾼다


반공일엔 물질 간다


토요일은 반공일,
안경 대신 수경 쓰는 날
칠.팔순 이미 넘긴 테왁 무리에 나도 섞여
단단한 납덩이 시간 파도에 묶어본다

육지 날씬 상관마라
바당만 맑으면 된다
내 동생 학비마저 내어주는 바다 한켠
점심을 거른 낮달이 숨비소리 토한다

눈 들면 고향 바다
해군기지 깃발들
새별코지 끝자락에 테왁들 어디갔나
일강정 구럼비 바위, 그 바위는 어디갔나

꺄르르르 꺄르르르
봄 바다 저 윤슬아
하얀 교복 하얀 칼라 그리고 하얀 물소중이
중년의 아주망 되어 서성이느 붉은발말똥게


학생 바당


삼양까지 밀려와 주황테왁 서넛 떴다
불협화음 장단 같은 숨비소리 그도 떴다
이 섬의 마지막 해녀 학생 바당 떠돈다

해녀들이 내준 바당 아끈내깍 학생바당
기껏 2,3미터 보말 몇 줌 오븐작 몇 개
작살은 있으나 마나 고기만 봐도 움찔했다

바다를 바라보면 이승 너머 일만 같다
내 테왁 어디 갔나 내 사랑은 어디 갔나
삼십 년 물이랑 건너 주황 테왁 서넛 떴다


개망초


차마, 세상 인연 내려놓지 못함일까

아버지 무덤가에 무더기로 피어났다

괜찮다, 손사래 치며 서둘러 가신 그 곳

탯줄 끊고 여덟 달 만에 생어미 잃으셨다며

삭이지 못한 그리움을 소주병에 담아냈다

그 무슨 원죄였을까, 출처도 알 수 없는

외눈박이로 사셨던 예순 해 남짓 한 생애

단 한 번도 떼어본 적 없는 등기부등본

모반을 꿈꾸셨던 날들, 흉터처럼 선명하다


노을 한 채


이제는 저 세상이 더 가까운 어머니

두려움도 가벼워져 꽃잎처럼 가벼워져

별도천 그 끝자락에 징검돌 하나 놓는다

찔레꽃이 왔는지 바람결 보면 안다

조화처럼 멍하니 또 한 끼니 건너시는

아흔 살 텅 빈 마당에 나부끼는 노을 한 채


행원일기2


행원바다 수평선은
가는 귀 먹었나보다

무자년 그 해 가을
불턱에 일던 바람

오늘은
해변에 나와
풍차나 돌리고 간다


겨울 엽서


광양로 '사거릿길' 어슴새벽 쓸어낸다

싸락싸락 눈발 따라 출렁이는 어느 병상

한겨울 가로등불이 뇌경색 앓고 있다


도깨비바늘


네 생각 떨쳐내고 겨우 맞은 가을밤

어쩌자고 귀뚜리가 기어이 또 달을 울려

내 안에

무수한 바늘

너에게만 붙는다


비자나무
-이용상 시인


제주 신촌 어느 시인 댁
문지기로 서 있다
저린 오금 쭈욱 펴며
오늘은 누가 오나
별안간
이름 잊을라
비자 몇 알 달고 섰다

음소거 텔레비전 같은
이조 초가 헐린 자리
젊은 날 판몰이 꿈
지팡이에 박아 놓고
이력서
끝줄에 넣을
그 무엇을 찾고 있다


고사리 장마


사월은 고사리 장마 고무신을 신고 온다
창 닳은 그 신발들 인해전술로 찾아오면
아버님 묻히신 들녘
끌고 가는 사월 장마

꺾이고 또 꺾여서 밑둥만 남았다
무자년 그날의 주춧돌도 드러나고
언 속살 헤집은 터에
빈 마을이 놓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