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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고성기 시인 시집 엿보기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등록일 2020.11.15 17:38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91



고성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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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1950년 제주도 서부 한림에서 태어났다.

제주일고와 제주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4년부터 제주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를 거쳐 교장으로 재직하다가 2013년 은퇴하였다.

1987년 우리 전통시 시조로 문단에 나와 시집 <섬을 떠나야 섬이 보입니다>,

<가슴에 닿으면 현악기로 떠는 바다>,  <시인의 얼굴 산문집 내 마음의 연못>을 출간했으며

제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2000년 동백예술문화상 2011년 제주특별자치도 예술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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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환한 얼굴

보려는 사람에게 뜨듯


다알리아 화사함도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핀다


간절한

사람에게만

몰래 와 피는 꽃


사랑




아가가




왜 일어설 때마다

'아가가' 하는 걸까


어머님 4주일 기일

영정 앞에 재배하고


저절로

터져 나온 소리

아가가!

이거였구나






아련하다





남자는 나이만큼 지갑이 두둑해야지


머리맡에 숨겨놓았던

오만 원 쥐어주시던

온종일

비만 내린다

흠뻑 젖은

어머님 기일


덜렁 카드 한 장 얇아진 지갑 속에


선 보리밥 같은 마음

대신 넣고 다닌다

씹어야

단물 가득 고이는

그 말 한 마디

'아련하다'







수월봉






여보게

70 넘으면

수월봉에 오르게나


지는 것도

저리 고운 걸

왜 잊고 살았는지


다 삼켜

어두워진 바다

그 침묵의 깊이까지


섬에 있어도 섬이 보입니다


섬에 있어도

눈 감으면

이리 환히 보이는 걸

내 젊은 날 왜 그렇게

떠나야만 보였을까

이맘쯤

사려니 숲엔

복수초 노랗겠다


눈 밝혀 보려하니

섬은 떠나야 보이는가

푸른 파도 앞에서도

이게 섬인 걸 몰랐었다

이맘쯤

한림 앞 바다

자리 팔짝 뛰겠구나






숨 쉬는 돌






신엄바다 외딴 길가

가슴 뻥뻥 뚫린 채로

길가에 버려진 돌

생김새가 마음 아파

아내와

낑낑대면서

겨울 들고 옮겨왔지


이리 돌려도 볼품없고

저리 앉혀도 벙어리인 걸

맷돌 위

돌려 세우니

숨 쉬는 침팬지였다

웃는다

손도 흔든다

이젠 제법 반가운 벗






막걸리 한잔






막걸리 한 잔에도 세상이 녹아있다


보성시장 국밥집

사발 가득 따르며


꼭, 두 손

받들어 마시게 하는

K형의

인생 한 수




감나무 숲




감나무 백여 그루

꿈도 곁에 심었더니

20년 훌쩍 지나

작은 숲이 열렸구나

내 친구

시림(柿林)이라고

아호 지어 보내왔다


오늘도 두어 줄 시(詩)

돌밭을 갈고 갈아

싹이 솟고 뿌리 내려라

꾸역꾸역 심는다

먼 훗날

시(詩)로 숲이면

바꿔야지 시림(柿林)이라고




이렇게 살고 싶다




짠물 먹고 살아도

싱거운

황돔처럼

진흙 속에 발 뻗어도

빠알간

연꽃처럼

간절함

두 손을 모아

고개 숙인

비구니처럼






동그라미 앞에서






월명암 범종소리

원을 그리고 있다

꽃이

지고

다시 피는

윤회를 낳고 있다

모란은

말없이 져도

새봄이면 다시 핀다


살아서 지은 죄 많아

뉘우쳐 합장하면

목소리 고와 종일 우는

꾀꼬리로 다시 살까

직선은

갈 줄만 아나

곡선은 돌아올 줄 안다




인동초




내 아내 같은 인동초

화려하지 않습니다


마를수록

짙어져

오롯이 깊습니다


은은함

떨어져도 짙어

혼자 몰래 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