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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경옥 시인 시집 엿보기<코스모스와 달> 등록일 2020.12.01 10:35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8




김경옥.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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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옥

부산 출생. 국립경상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
수원전산여고 교장 역임. 2015년 ≪유심≫ 등단.
중앙학생시조백일장 공로감사패.
수원문화재단 형형색색 문화예술지원금 수혜.
 한국시조시인협회 공모백일장 장원,
 가람시조백일장 차상, 중앙일보 월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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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콜럼버스



오래된 노란냄비
구멍이 생겼는데

얘야 이런 것도 있구나
우리 엄마 신났다

서울에 땅 한 평 없는데
만 평 부자 얼굴이네

밥 짓다 물 새던 기억 질척하게 아린 가슴
숟가락 끝에 힘주고 은박 테이프 발라 준다

살다가 낭패 보던 일
꼭꼭 눌러 메운다



점등點燈


지하 1층 목욕탕 입구 연탄 한 장 벗하며
발 모양 구두 틀에 서너 개 못과 망치
구두약 까만 손톱이 간간히 분주한데

딸 아들 통신비에 치매 모친 요양비까지
바람벽 기대앉아 마감 날 챙기자니
굽 갈고 흙먼지 닦는 신이 향기로워

미생未生의 신발 끝에 이름모를 등을 달면
세상사 엇갈린 길이 하나둘 밝아오고
붙박고 앉은 자리가 같은 저녁답



어떤 달인


아무 생각 없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치매 엄마 돌보며 살림에도 보태니까
톡, 톡,톡
껍데기 던지는 소리
한 평 주방 울린다

날 새도록 깐다 해도 1킬로에 천오백 개
박하다 싶어도 천오백 원 그게 어디야
들앚아 살림하면서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왼손 엄지 돌려가며 속까지 쏘옥 빼낸다
속없는 다슬기와 한 몸이 된 이순의 딸
세상의 멍든 발들을 다 꺼내 주고 있다



꽃샘 바이러스



낯선 손님 휩쓸던 거리 얼음 땅 크레바스
그 속에 갇힌 도시 봄마중은 언제 할까
꽃들도 마스크 쓴 채
망울 열지 않는다

사이렌 경광등이 잦아든 그날까지
언 가슴 쓸어주며 건네는 더운 손길
금생에 처음라며
서로 등을 다독인다 






스크린도어



부모님 돕는다고

일찍 철이 든 아이

일에 쫓겨 허기져도

컵라면조차 못넘긴

경계의

안과 밖에서

돌아오지

못한 벽






먼 길 가신 후 자주 보러 오시네

힘내라 길 잃지 마라

도와줄건 뭐 없니

다시는

걱정 마시래도

또 오시는

아버지   



목련


불현듯 기별이 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군더더기 다 버리고 요지만 말해야지

사르르

하얀 쪽지에

내려앉는

봄 햇살



불일암 나무의자





청댓잎

바람 더불어

소슬한 기운 함께


거문고 아니어도

스라렝딩

스라렝딩


주인은

어디로 가고

혼자 듣는 빈 의자




머루포도




평원을 달려온 숨 막힌 질주 끝에


이제 막 당도한 황홀한 골인 지점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내 마음 속 젖은 눈




낮달



꽃향기 짙은 매산골 수원녁 그 아래

익구당 살국숫집 라이스페이퍼 한 조각

누구의 허가를 위한 조촐한 준비인가


먹자골목 젊은이들 로데오거리 지나면

전당포 여관 파출부... 저무는 간판 사이

볕 드는 마을 비추며 동그마니 떠있네


길 잃고 아득할 때 맨주먹으로 건너온 여자

친정보다 살가운 다름아름 센터*에서

이주민 그 이름으로 둥근 허리 펴본다


어눌한 '안녕하세요' 반겨주는 손이 있어

외로울 틈 없는 만 리 꿈 다문화 엄마

볼연지 환한 홍매화는 육교를 올라간다



*매산동 수원 이주민센터 : 다름이 아름답다. 다름아름 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