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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서연정 시인 시집 엿보기<인생> 등록일 2020.12.13 09:57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20



서연정.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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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정

1959년(음력11월 26일) 전라남도 광주시 청옥동(등촌)에서 태어나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를 거쳐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원 국문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7년 중앙일보 지상시조백일장 연말장원, 1998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하여
 『먼 길』(태학사, 1999), 『문과 벽의 시간들』(책만드는집, 2001), 『무엇이 들어 있을까』(고요아침, 2007),
 『동행』(이미지북, 2010), 『푸른 뒷모습』(시와문화, 2011), 『광주에서 꿈꾸기』(미디어민, 2017) 등의 작품집을 펴냈다.
대산창작기금, 우송문학상, 광주문학상, 국제PEN광주문학상, 한국시조시인협회상 본상, 한국문인협회 조연현문학상 등을 받았다.
 《서정과 상상》 편집위원, 《광주문학》과 《국제PEN광주》 편집국장, 《한국동시조》 편집주간(2010~2011),
 광주광역시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우송문학회장으로 일했다. 지금은 한국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한국문인협회, 광주광역시문인협회, 국제PEN광주지역위원회, 우송문학회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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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벌레



후생은 막연해도 본능은 희망이다
뒤집혀 황망해도 두 눈을 반짝인다
생존이 혁명이구나
나비 전생 애벌레

놀란 길 내처 간다 낯익은 저 뒷모습
기어 숨어 날아 온몸 새긴 연대기
목숨이 꽃대이구나
깨우치는 꽃벌레



불새의 집



깨트리지 말아라 도려내지 말아라
기쁨 솟구치거든 슬픔 파고들거든

불새를 집에 넣어라
벼루처럼
칼처럼




빈문서



그 해의 첫눈이 내리고 난 이후엔
함박눈 쏟아져도 눈은 그냥 눈이듯

빈은 첫,
복사되지 않은
오직 하나의 표정

겨울 달 눈빛 같은 차고 맑은 눈물 맛
염색한 말의 가죽 덧대면 흔해 빠진다
공 들인 시의 집에서도 금세 낡고 닳는 말

마스크 쓰고 있어 읽을 수 없는 마스크
견고한 틀 하나로 몽뚱그리기 전에

원본을
다른 이름으로 저장
파일명은 빈문서



화사첨족



그릴에서 가든으로 레스토랑에서 카페로
웰빙에서 힐링으로 포스트로 웰다잉으로
그 빛깔, 삶의 포장지
현란한 화사첨족

길거리 간판들이 꽁무늬를 쫓아서
공연히 애태우며 전신만신 그린 발
얼마나 많이 붙였나
떼어내도 아직도



검은 마을



개망초 여뀌 억새 잘 자라 우거지고
그 사이 뛰어다니는 긴 다리 방아깨비
조붓한 손마닥 마당을
도대체 누가 키우나

두 홉들이 소줏병에 꼿혀있는 구절초
잘 마른 꽃송이들 향내가 희디희다
문패를 소리 내 불러도
내다보지 않는 집

신발은 하나같이 보이지들 않지만
마을 가득차 있는 빈 하늘의 숨소리
내쉬고 들이쉬는 법
여기서 잘 배운다



별들의 집



비대한 도시 빌딩 가시나무 군락지
밤이면 별을 베어 허공에 집 짓는다
외롭게 깜박 깜박 깜박
눈부신 생존 신호

가시 끝에 등달아 다가서면 아프다
저토록 서로 멀리 바라보며 사는 까닭
낭랑히 까톡 까톡 까톡
굴절된 생존신호

외로움을 견디고 아픔을 이겨낸다
기적처럼 별이 되어 어둠 속에 빛난다
슬픔이 가득하지만
아름다운 생존 신호



겨울 거울



상처를 입기 쉬운 여리딘 여린 줄기
그것이 부끄러워 가릴 잎을 피우고
숨긴 게 또 부끄러워 우거지는 활엽수

손톱만한 칩 안에 비비적대는 타인들
치열을 드러내며 환하게도 웃지만
적막한 음영 속에서 내면이 껄끄럽다

정말로 삭제하시겠습니까, 고독을 견디겠습니까
창밖의 나무들이 주룩주룩 떨구는 잎
겨울날 거울을 보면 긴 물음에 답은 짧다



보석 목걸이



이처럼 욕망
투명해도 좋은가

진땀나는 극지極地의
일상을 반사한다

알알이
한 줄기 생生을
관통하듯 꿴 허기

진열장에 박히는 노숙露宿의 눈빛처럼

지극한 욕망은
어쩌면 순수 빙결

밑바닥 언제 깨질지
꼽발 딛고 건넌다


-제주에서


노여워 부끄러워 벅찬 숨이 설운 날

생사 극점 오가며 핀 바다꽃 바라보네

어둠의 오지랖 찢고 빛을 움킨 숨비소리



팔공산 동화사 생각



사람이  사위는데
인연의 대궁에서

궁금하오 그 꽃자리
무슨 열매 맺힐까

물음도
답도 일없다

장엄할 뿐, 물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