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도중
1974년 <현대시학> 이영도 추천으로 등단
시집 <세상은 넓어 슬픔 갈 곳이 너무나 많다>, <비어 하늘 가득하다>, <낮은 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출간
젖은 나비
젖은 나비가 가네
젖어서 갈 수 있을까
꽃잎에 풀잎 우산 사이로 안 보이더니
어디서
젖은 나비가
그리움을 만드네
빈들이 품고 있다
네가 있어 이 언덕을 무너져 친정을 오듯
아궁이 가난한 길아 지금은 무엇으로
함박눈 내리는 들에 바람 돌아와 묻는다
허공처럼 펼쳐져서 진실은 모양 없고
빈 공간에 그가 있다 그래서 그가 없다
광야를 홀로 가는 사람, 빈 들이 품고 있다
목어 木魚
지워진 흔적으로 가고 있는 궁금처럼
그러면 아직도 덜 깬 내 사랑의
드리운 지붕이 있어 그대가 이별이다
가끔은 찬 허공 어디 맑게 풀리는
빈 처마 다녀간 때도 그것이 이별인지는
싯겨진 병病이라 하여 이제는 이름이 없다
건너는 목련
참아야 된다 기다림아
약속 없는 꿈이 되는
가난이 커가면서 겨우내 굵은 망울
지켜온 마음을 펴는
건너는 목련이다
백목련
흰 함성, 3월이다 핀다, 핀다, 맨가지에
참은 색 또 견딘 색 다 받아 간 하늘 너머
흰색은 어떻게 생겨 무엇으로 오는가
절벽의 사랑
얼룩진 진실을 버리는 몸짓이다
그늘을 거둬들인 낙엽의 로집이다
못 닿은 넉넉함에 낱장으로 날린다
2
해변 절벽 위로 날아오르는 새,
위로 떨어지는 곷잎의 깊은 허공,
바람을 알 수가 없네 물고 가는 그 잎을,
아득한 소식
가벼운 치마 입은 바람에게 눕고 싶다
아득한 소식처럼 생각 없이 가고 싶다
바람이 잘 사는 거기, 나는 가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