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말
  • 시조나라 작품방
시조감상실
  • 현대시조 감상
  • 고시조 감상
  • 동시조 감상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신춘문예/문학상
  • 신춘문예
  • 중앙시조백일장
제주시조방
  • 시조를 읽는 아침의 창
시조공부방
  • 시조평론
휴게실
  • 공지사항
  • 시조평론
  • 시조평론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최성아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7.18 09:52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50

최성아.jpg


--------------------------

최성아


2004년 <시조월드> 등단

시조집 <부침개 한판 뒤집듯>, <달콤한 역설>,  온천천 서사시조집 <내 안에 오리 있다>

동시조집 < 학교에 온 강낭콩>, 시선집 <옆자리 보고서>

제5회 부사시조 작품상 수상, 현) 부산시조시인협회 편집주간

----------------------------


 아리랑 DNA




에움길 넘나들던 느려서 시린 걸음

동트기 빌고 앉아 손바닥 닳아가던

한 소절 메나리조에

목이 메는 사람아


타들던 가슴 반쪽 잔기침 쿨럭이며

열흘을 앓다가도 먹은 귀가 틔는 소리

걷어낸 어둠을 살라

붉어지는 사람들


바람은 흘러흘러 광장으로 이어진다

풀뿌리 얼싸안는 녹슬지 않을 노래

푸른 물 맥박이 뛰는

손에 손이 둥글다



임시정부청사



흐릿한 책갈피에 얼비친 핏자극들

망명의 살얼음판 타전된 밀지인 양

지워진 창문 저쪽은 봄기운이 감도는데


눈시울 붉은 상해 낯선 허기를 따라

덜 끝난 맺음말이 자막을 돌고 돈다

빌려 쓴 하늘 귀퉁이 가파르던 그 숨길


소원이 독립이던 발자취 찾아들면

정통성 입에 올리는 허상이 부끄럽다

뒤돌면 멀어질 것 같아

아리도록 주먹 쥔다



이방인



뽑아도 뒤엎어도 어디서 나오는지

장마철에 더 드세지는 초대받지 못한 풀들

뿌리를 들추어내려

물집 생긴 손바닥


편지함 기웃대며 꼼수로 분탕 친다

메일을 잘못 열다 뒷목까지 화끈대는

읽은 것 게워내고서

차단벽 도 쌓는다


웹서핑 귀퉁이에 가시로 돋아나는

제 모습 꽁꽁 감춘 피투성이 말의 씨앗

나쁜 손 서로 빌리며 수천만 리 날고 있다



양말 트럭



낙엽들만 뒹구는 퇴근길 한가운데

달려야 할 바퀴들이 멈춰 선 채 묶여있다

포장을 풀어놓으면 피어날 갈래갈래


문턱을 올라서는 기대치 돌고 돈다

발 디딜 터 고르는 취준생 어깨 위로

즐비한 생의 무게가 삭바람에 매달린다


어디든 달리고픈 낙엽 닮은 이력서

포개진 시간 얼개 밑그림 그리고 있는

눈높이 자꾸 낮춘다

열 켤레에 오천 원




이정표



칼집에 가두어둔 무딘 날을 만져본다

서늘한 중력 깔고 밀고 당긴 무지개

다 썩은 호박이라도 대쪽같이 잘릴까 


나이를 먹는 것은 뱉은 말 모서리 갈고

듣는 말 가장자리 거친 면 삭이는 일

늦은 밤 귀를 후빈다

는 감다가

다시 뜬다


메마른 단톡방이 불면을 부추기는

겨우 지핀 공분公憤도 밤이슬에 맥 풀린다

갓밝이 비쳐 드는 창

잊힌 길을 벼린다




꼬리연




줄줄이 거느렸다 꽁지에 불나도록

바람길 타고 넘다 날개도 휘청대는

그 겨울 주저앉은 채

날 수 없는 그림자


십여 년 신불자로 숨어 사는 맏아들 놈

대물린 가난 앞에 비틀대는 둘째 녀석

덜 꼽은 손가락 사이 고개 떨군 벚나무


줄 끊어진 어르신네 허공이 가파르다

등골 휘던 꼬리마저 떨어진 언덕 너머

알들폰 만지작대는

한낮 공원 흐리다




오늘도 물망초




가슴에

묻은 꽃은

잎 하나 놓지 못해


반 토막

내쉰 숨이

절반을 당겨 문다


짓무른

사월 눈자위

성긴 꽃대 돋는다




저녁 강




마지막 숨을 몰아 쏟아내는 구어체들


빼곡한 말씀 뒷면 붉은 물 들고 있다


아우른 언저리마다 푸른 내일 덧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