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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Home > 시조감상실 > 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소해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7.18 12:3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61

김소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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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해


1983년 <현대시조>, 1998년 부산일보신춘문예 등단

시집 <치자꽃연가> , <흔들려서 따뜻한>, < 투승점을 찍으며> , <만근인줄 몰랐다>, <투승점을 찍다>(2014년 세종우수도서선정) 

현대시조 100인선<하늘빗장> 등이 있음

성파시조문학상, 나래시조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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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붉은 입술 그보다 붉어 조용한 검은 입술


함부로는 아니지만 입을 열면 소나긴 듯


백지를


적시는 고백


백 년이든 읽겠습니다




대장장이 딸




사랑을 훔치려다 불을 훔치고 말았다


무쇠 사우쇠, 조선낫 얻기까지


숯덩이 사르는 불꽃


명치아래 풀무질




 



내게로 오실 때는 뱃길로 오시어요


느닷없이 다리 놓아 쌩쌩 오지 말구요


천천히 노 저어오던


그 다정으로 오셔요




하모니카




함께 울어 울고 싶은 악기 하나 있어 좋다


울다가 잠이 들어 누가 이마를 짚어주는


그대 내 손바닥인줄 적막인줄, 하모니카 분다




봄비



가풀막 천수담에 물 들어오는 소리


물소리애 쓸려가는, 또 쓸려오는 새소리


누구든 녹슨 경첩에 이 소리들을 먹이지




빗소리




게으른 내 서기書記는 타자 술을 개발했다


깊은 울림 시구들은 받아 적으라니까


유리벽 창을 두들겨 자판을 치고 있다




기역




기역, 호미 들고 익히지 못한 상형이라


발길 걷던 지팡이가 어머니 몸이다


만월의 생을 펼쳐 읽는


책 한 권의 첫 글자




부부




뒷면이 고운 너는 은사시나무 잎사귀


미풍, 그 미세함을 떨림으로 보여주는


내 사랑 수시로 흔든다 보고 싶은 뒷면





이팝꽃 급식소




공양미 삼백석으로 지어올린 아버지 밥상


천지간 먹이고 싶던 소원의 쌀밥그릇


화들짝 눈 뜨는 가로수 듬뿍듬뿍 받아간다




돌탑




자갈 많은 사이길 먼저 걸어간 사람들


모난 돌 다스려서 여기 모은 돌무더기


내 걸음 염려하는 손


한 개 한 개 또 한 개




썰물




잔잔하게 가득하여 평온한 해안선이


한사리 물때에는 속수무책 만 평 갯벌


꺼멓게 드러난 바닥


네 속을 여태 몰랐다니




반가움




소 먹이다 소를 잃고 울며 돌아오는데


날은 어둑어둑 걱정범벅 눈물범벅


아 글쎄, 지가 먼저 와서 날 기다리고 있더라니까




소음을 읽는 방식




아파트 놀이터에 아이들 떠드는 소리


때로는 위 아래층 다투는 소리까지


헤아려 들을 줄 안다


살아있다는 사람소리




정오의 손님




태양과 수직으로 맞서라면 맞서야하리


그늘은 지우고 시침 분침 초침까지


정수리


불 데인 흑점


합일의 빛, 시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