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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시인 시집 엿보기
제목
김영란 시인 시집 엿보기
등록일
2020.07.30 09:34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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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제주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꽃들의 수사>, < 몸 파는 여자> 등
오늘의시조시인상, 가람시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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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나,
이제
나를 떠나려 한다
이별인사는
생략하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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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처럼
온종일 전화벨이 울리지 않았어
고요를 갉아먹는 벽시계 초침소리
펼쳐둔 팔레트에는 긴 침묵이 묻어 있어
묵직한 황색 문이 열리면 좋을텐데
먼지 낀 유리창으로 계시처럼 들어온 빛
오래된 질문지처럼 그냥 앉아 있었어
귓속말로 우는 뻐꾸기
만벵디* 가는 길엔 질레꽃만 피었더라
밤새 울던 눈물길에 소금꽃만 피었더라
죽어도 잊지 말자고 귓속말로 피었더라
무덤 많은 곳에는 뻐꾸기가 산다더라
서리 내 울지 못하는 무덤 무덤 저 뻐꾸기
만벵디 뻐
꾸기 울음이 하얀 꽃을 피우더라
* 제주도 한림읍 소재. 예비검속이란 미명하에 아무런 재판도 없이 죽어간 46위의 시신이 안장된 공동묘역이 있는 곳.
슬픈노을
하루 치 목숨값 얼마면 될 것인가
뒤뚱뒤뚱 생의 계단 질질 끌며 내려와 지하도 벽에 등 대고
떡 파는 할머니, 목숨이 짐만 같아라 사는 게 죄만 같아라 오
래된 그림인 듯 비틀게 걸려 있는 조는 듯 숙인 고개 자꾸만
내려가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지하도 속 슬픈 노을
환절기
시간의 문턱을
해직자들 건너가고
삶은 늘 그렇게
어깃장 놓으며 오듯
가을과
겨울 그 사이
홀로 지는
저
감국
비양도
비양도 서쪽 자락이 해오라기 깃털 같다
봉우리 흰 등대에 흰색 등 달아놓은
초가을 수채화 한 점이 수평선에 놓이고,
바닷길을 안다는 건 순명(順命)을 안다는 것
바다의 비밀을 캐다 모가지만 길어진
두 마리 해오라기가 짝을 짓고 오른다
별(別)
젖퉁이 땅에 끌던
뒷집 누렁이
며칠째
골목을 나와
서럽게 울었다
여름밤
아득한 젖내
홀로 붉은
저
달
달개비의 봄
삼월이 떠난 자리에
당신이 선 채로 있네
오름 향한 꽃들이
환하게 일어설 때
달빛에 무릎 끓었네
사라봉
자주달개비
바다의 휴식
내 허물을 덮고 누운 삭막하다 저 바다
하나둘 집어등이 물속으로 가라앉고
밤새껏 섬을 떠받든 수평선도 잠기고
머래사장에 무저지는 그 여름 수평선처럼
조강지처 품을 찾은 고깃배 귀항처럼
오래된 환상통 같은 바다가 앓고 있다
가을 수평선
섬에선 계절조차 바다에서 오는지
풀벌레 더듬이가 한 발짝 당겨놓은
수평선 끝자락에서 벌써 단풍 드는 소리
계단을
오르지 않아도
하늘은
내 곁에 있네
외출준비
막 끝낸
수척한
중년의 여인
립라인 짙게 바르고 포토라인 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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