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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2018년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등록일 2017.12.31 22:21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1249

[당선작]

다시 와온 (장은해)

 

1. 

물과 뭍 진한 포옹
순천만에 와서 본다 

잗주름 굽이굽이 하루해를 업은
바다 

붉지도 희지도 않은 갯내 살큼 풀고 있다 

우련해진 개펄 끝을 찰방대는 파도소리 

오뉴월 함초 같은 슬픔의 싹 돋아나도 

갈마든 밀물과 썰물 그 아래 잠이 든다 

2. 

말뚝망둥어 뒤를 좇던 달랑게 한 마리가 

붉덩물 둘러쓴 채 물고 오는 해거름 빛 

저들도 가슴 뜨거운 

사랑이 있나 보다 

손에 손 마주잡은
연인들의 달뜬 눈빛 

밤바다에 등을 달 듯 별 하나씩 켜질 때 

따뜻한 남녘 바람이 

내 어깨를 쓸고 간다

 

[당선소감]

'열정 이기는 나이 없다’ 증명해 뿌듯

장은해
꿈이라면, 제발 깨지 말기를 기도합니다. 시조라는 글 감옥에 갇혀 신춘문예의 늪을 헤쳐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참으로 멀고도 멀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사람들이 더러는 당선의 영예를 안고, 더러는 자신의 모자람을 안고 하나둘 떠나갈 때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장은해 2018 서울신문 신춘문에 시조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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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은해 2018 서울신문 신춘문에 시조 당선자

문우들은 나의 모자람을 나이 탓으로 돌렸고, 가족들은 다른 것에서 즐거움을 찾으라며 그쯤에서 멈출 것을 권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내 속의 오기를 부추기는 격려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음을 진정으로 자랑스럽게 여기렵니다. 

거세게 퍼붓던 눈발이 그치고 차갑지만 밝은 햇살이 온 누리를 비추는 날, 당선 통보를 받았습니다. 제 속에 쌓여 있던 어둠의 빛깔이 일시에 밀려나는 기분입니다. 열정을 이기는 나이는 없다고들 합니다. 그
교과서적인 금언을 제 스스로 증명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창작의 길 위에서 모자람은 있었지만 게으름을 피우진 않았습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다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부족한 재능을 그렇게라도 충원하고 싶었습니다. 이 열정만은 앞으로도 굳건할 것입니다. 

부족한 작품을 선뜻 뽑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누군가의 자리를 대신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겠습니다. ‘이제 그만!’을 외치면서도 뒤에서 지켜봐 준 남편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민족시사관학교 윤금초 교수님, 그리고 임채성 시인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열심히,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을 여러 지인과 주님 앞에 올립니다. 

■장은해 ▲1946년 서울 출생 ▲총신신학대 졸업
 
[심사평]
 
 진부한 소재에 나름의 빛깔 그려내
이근배·박기섭
심사위원 박기섭(왼쪽)·이근배(오른쪽)시인.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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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위원 박기섭(왼쪽)·이근배(오른쪽)시인.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시인은 감성의 거친 빵을 먹고, 사유의 길섶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은 곧잘 당대 삶의 정서에 밀착한다. 그런 정황은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들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한동안 역사인식이나 자연친화 쪽에 쏠렸던 시각이 생존현실의 언어로 옮겨온 것이다. 이는 ‘시절가조’인 시조의 속성을 보여 주는 일이기도 하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시 뜨는 날´(이예연), ‘오후의 주방´(김주연), ‘칼 맑스의 국수´(서경), ‘식구, 아랫목 서사´(조성국), ‘기러기 아빠´(나영순), ‘바랭이밭 도라지꽃´(최평균), ‘빙벽´(이동명), ‘다시, 와온´(장은해) 등이다. 긴 논의 끝에 장은해의 ‘다시, 와온´을 당선작으로 낙점한다. 

‘와온’은 이미 한국시사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지명이다. 그만큼 많은 시인들이 와온을
노래해 온 터다. 이 경우 남다른 관점과 해석이 필요한데, 장은해는 그 나름의 빛깔과 무늬로 와온을 그려낸다. ‘다시, 와온´은 풍경의 전경화를 통해 생태환경과 생명의 전언을 결속한 작품이다. 전편에서 활유의 수사가 돋보이며, 신선한 발상과 유연한 어조로 문면의 긴장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일상의 풍경 속에 생존의 표정을 담는 심상의 중층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잗주름’, ‘갯내 살큼’, ‘갈마든’, ‘붉덩물’처럼 맨우리말의 말맛을 살리거나, ‘함초’, ‘말뚝망둥어’, ‘달랑게’ 같은 수생생물로 현장감을 더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먼 길의 동행이 된 당선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더 갈고 다듬어 자신만의 문체와 시품을 이루어 가길 바란다. 낙선자들도 절망하기엔 아직 이르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 수는 없다.”(이은상) 절망의 겉창이 곧 희망이거늘. 분발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