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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 백일장

Home > 수상작품실 > 중앙시조백일장
제목 2022년 03월 중앙시조백일장 수상작 등록일 2022.04.23 10:20
글쓴이 시조나라 조회 346

, 함께하는 지붕
한승남

 

, 함께하는 지붕

지붕은 예기치 않은 시간을 담은 팔레트
구멍 뚫린 사이로 보이는 하늘색
오래된 밑그림 되어 박꽃 위로 솟는다


널브러진 너개비 껍질 벗겨 던지고
떨어진 비늘 조각처럼 밀려난 아버지
더 이상 날리지 않도록 칡넝쿨로 묶어둔다


누름대는 당신 마음 누가 알아챘을까
바람의 기척이 소리 없이 사라져
지붕은 산그늘 향해 또 한 생을 읊는다

 

한승남

서울 출생. 고려대 정보통신 대학원 졸업. 전 정우직업전문학교 원장. 현 고려아트컴퓨터학원 원장.

 

차상

에그문(EGG MOON)*
주은

 

 

보름을 며칠 앞둔 미완의 달항아리
물레를 돌릴 때마다 풍만해진 몸피는
토라져 파편이 될까 다독이는 구름


꽃바람 근심걱정 맨 손결로 빚어내면
찰랑이는 달빛물결 교교히 흩날린다
조용히 눈빛을 찍어 솎아내는 호흡은


휘청거리는 어둠을 마디로 잡아준다
토해낸 달빛 온도 그대로가 노을 되어
한 박자 쉬면서 간다 당신 더디 오라고

 

*4월에 뜨는 보름달, 핑크문이라고도 함. 에그문은 동물이 알을 낳는 계절이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짐

 

차하

기침
염채아

 

 

벼락같은 말씀,
목구멍 삼킨 방아쇠
끊이지 않는 총성으로
온몸을 꿰뚫다가
기도(氣道)
, 내리꽂는다
아찔한 전율이다

 

이달의 심사평

3월 장원으로 한승남의 , 함께하는 지붕을 올린다. 우리말 와 한자어인 기와 를 합성해 만들어낸 의 중의적인 언어유희가 돋보인다. 자연친화적인 너와지붕은 예기치 않은 시간을 담은 팔레트떨어진 비늘 조각처럼 밀려난아버지다. 아버지의 생은 널브러진 너개비처럼 껍질이 벗겨지고 구멍이 뚫려있다. 그러나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칡넝쿨로 묶어 지난한 아버지의 생을 온전하게 돌려드리고 싶은 화자의 마음을 셋째 수 종장에서 지붕은 산그늘 향해 또 한 생을 읊는다라고 표현하여 시적 완성도를 높였다.

 

차상으로 주은의 에그문(EGG MOON)’을 올린다. 보름달이 되어가는 과정을 누군가가 물레를 돌려 달 항아리를 빚는 것으로 묘사했다. 4월의 꽃바람속 보름달은 찰랑이는 달빛 물결을 교교히 흩날리면서 서서히 완성될 조짐을 보인다. 꽃잔디 위에서 분홍의 마음으로 둥실거릴 이 달이 뜨면 숲속의 동물들은 사랑스런 알을 낳아 그 달 속에 담을 것 같다. 탁월한 묘사가 돋보인다.

 

차하는 염채아의 기침이다. 기침을 벼락같은 말씀” “목구멍 삼킨 방아쇠로 비유하여 강렬한 이미지를 선보인다. “총성” “, 내리꽂는다” “아찔한 전율등의 활달한 시어를 사용하여 단시조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그러나 시조를 시조답게 하는 것은 음보율이다. 첫 행의 벼락같은/말씀은 음절수가 4,2로 두 음보로 읽기엔 다소 어색하다. 3,4가 아니라면 4,3이나 2,5가 바람직하다. 유념해 주었으면 한다.